모리아/얼

땅의 사람, 흙 속에서 만난 친구

ree610 2007. 9. 15. 11:57

추모의 글

김동완 목사님의 영전에 - 땅의 사람, 흙 속에서 만난 친구

 

먼 시골에서 가난한 땅의 마음을 갖고 당신의 영정 앞에 서 있습니다.

조화를 잡은 손이 떨립니다.

불로 향을 태울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청계천, 이문동, 남대문, 인천 시절의 마음이 지워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전태일의 불꽃을 향불로 피워 올리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을 하늘나라에서 마중 나온 최종진, 김의기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산골 땅에서 태어나 땅의 사람들 도시의 서민들과 한 몸으로 살던 당신을

뒤가라 다니며 내게 베인 먹물을 씻어 내린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던 당신이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 태국의 먼지 길 위에서 쓰러지셨다지요.

땅의 사람, 흙 속에서 만난 친구를 삼았기 때문에

목사님과 영결한다는 것이 나의 살점을 떼어간 아픔으로 슬픔으로 밀려옵니다.

진한 슬픔의 눈물이 쓰린 가슴을 더욱 쓰리게 합니다.

 

화가 나도록 가슴 아픈 일이 있습니다.

땅과 흙에서 빚어진 목사님의 신앙과 신학, 그리고 성직자의 행보가

향유와 지배로 얼룩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감당하기 힘든 십자가를 졌을 때입니다.

따돌림과 경멸과 채찍의 고통을 겪었음을 생각하면 통곡을 하고 싶습니다.

 

여기! 화려한 화환, 명망가들의 조문은 당신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제사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해 훨훨 날아가시겠지만

이 땅에 남겨 놓으신 예수님의 발자욱이 너무나 선명합니다.

남아있는 동료와 후배들이 그 돌다리를 밟지 않고는

진리의 다리를 건널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먼저 가신 민주 동지들, 신앙의 동역자들, 선지자들과 함께

이 땅에 어두운 역사와 슬픈 운명을 맞지 않도록 기원해 주십시오.

명복을 빕니다.

친구 허 병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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