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415

[아침, 그대를 맞으며] -조희선-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 하루 산다는 건 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싱싱한 희망이야..

[아침, 그대를 맞으며]-조희선-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하루 산다는 건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싱싱한 희망이야어젯밤의 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건 싫어지난 날의 어둔 습성으로 아침 창을 여는 건 싫어살아간다는 건 설레임이야하루를 산다는 건인연을 따라 운명을 건져 올리는 황홀한 만남이야

모리아/시 2024.12.09

[가난하다는 것은] -안도현-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

[가난하다는 것은]-안도현-가난은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가난하다는 것은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보다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늘 가슴 한 쪽이 비어 있어거기에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사랑하는 이들은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리아/시 2024.12.08

[생각이 달라졌다] -천양희- 웃음과 울음이 같은 음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색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음색이 달라졌다

[생각이 달라졌다]-천양희-웃음과 울음이 같은 음이란 걸 어둠과 빛이다른 색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내 음색이 달라졌다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빛이란 걸 알고 난 뒤내 독창이 달라졌다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나는 골똘해졌네어둠이 얼마나 첩첩인지 빛이 얼마나겹겹인지 웃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울음이얼마나 첩첩인지 모든 그림자인지나는 그림자를 좋아한 탓에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졌다

모리아/시 2024.12.07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문주- 그대 참 많이 궁금했습니다 가슴에 품고 싶은 그대 마음 가는 세월 만큼 힘들게 바라보며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이문주-그대 참 많이 궁금했습니다가슴에 품고 싶은 그대 마음가는 세월 만큼 힘들게 바라보며언젠가는 그대 마음 한자락내곁에 머물기를그렇게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영원히 볼 수 없다는 생각도내 삶보다 아름다워 보이는그대의 삶 때문에망설인 적도 있었지만내 삶의 여정에 동행시키고 싶은 사람주름 만큼이나서로가 가진 사연이 많겠지만남아 있는 세월 속에 그대와 난아직도 청춘같은 삶을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착각에 빠져 있다 해도현재의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바람부는 대로 구름 흐르는 대로그대에게 가고 싶은 마음은내 곁에 둘 수 있는 영원한 삶으로굴러 다니는 돌멩이처럼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도그대만 사랑하면솜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으로살아 갈 수 있겠습니다허락하지 않았지만내겐 연인 같은 그리움으로..

모리아/시 2024.12.06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 -박상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지나치지 않음을 생각한다 아침 신문도 우울했다 지나친 속력과 지나친 욕심과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박상천-한 잔의 차를 마시며지나치지 않음을 생각한다아침 신문도 우울했다지나친 속력과지나친 욕심과지나친 신념을 바라보며우울한 아침,한 잔의 차는 지나치지 않음을 생각케 한다손바닥 그득히 전해오는지나치지 않은 찻잔의 온기가까이 다가가야 맡을 수 있는향기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지나친 세상의 어지러움을 끓여차 한 잔 마시며 탁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세상의 빛깔과어디 한 군데도 모나지 않은세상살이의 맛을 생각한다

모리아/시 2024.12.05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신새벽 뒷골목에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네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 어딘가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살아오는 삶의 아픔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모리아/시 2024.12.04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12월의 독백]-오광수-​남은 달력 한 장이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 손입니다.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모리아/시 2024.12.02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12월] -오세영-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허무를 위해서 꿈이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안쓰러 마라.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눈 떠라,절망의 그 빛나는 눈.

모리아/시 2024.12.01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도종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도종환-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벌판을 지나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그대여눈보라 진눈깨비와 함께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견딜 수 없을 만치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시처럼 오지 않는 건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모리아/시 2024.11.30

[강] -구광본- 혼자서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 가을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네

[강]-구광본-혼자서 건널 수 없는 것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가을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네한 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지는 해에도 쓸쓸해 지기만 하고얕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혼자서는 건널수 없는 것

모리아/시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