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삶도 사랑도 물들어 가는 것 -이석희- 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ree610 2025. 6. 4. 07:29

[삶도 사랑도 물들어 가는 것]

-이석희-

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만나면
내가 그곳에 가면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비가 오면 젖어들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그렇게 내가 산인 줄 알았고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햇살 좋은 날은 너럭바위에
온전히 나를 말리며
풀벌레 소리에
난 숲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살아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흙물 들고 꽃물 들면서
서로 닮아가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