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모리아/시 10:09:09
가을과 마주 앉아 -나태주- 읽어야 할 세상의 책들이 볏낱가리만큼 쌓였는데 아무런 책도 한 장 펼쳐보지 못한 채 가을과 마주 앉아 나태주 읽어야 할 세상의 책들이 볏낱가리만큼 쌓였는데 아무런 책도 한 장 펼쳐보지 못한 채 이렇게 좋은 가을을 흘러보내고만 있습니다 갚아야 할 세상의 빚들이 산더미만큼 높아졌는데 누구한테도 한 푼 갚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렇게 빈 하늘만 쳐다보며 일생이 저물로 있습니다 가을이시여,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오늘도 또 세상의 일은 귀먹은 듯 잠잠하고 멀리서 태풍 소식만 요란스럽다 그러합니다 가을이시여, 오늘은 당신하고라도 마주 앉아 녹차나 따습게 우려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만들어 내며 마셔볼까 그러합니다 모리아/삶 08:52:30
💞 삶의 종점 💞 살 만큼 살다가 삶의 종점에 다다랐을 때 내게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 삶의 종점 💞 살 만큼 살다가 삶의 종점에 다다랐을 때 내게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원천적으로 내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때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물질이든 명예든 본질적으로 내 차지일 수 없다. 내가 이곳에 잠시 머무는 동안 그림자처럼 따르는 부수적인 것들이다. 진정으로 내 것이 있다면 내가 이곳을 떠난 뒤에도 전과 다름없이 이곳에 남아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내가 평소 타인에게 나눈 친절과 따뜻한 마음씨로 쌓아 올린 덕행만이 시간과 장소의 벽을 넘어 오래도록 나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베푼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될 수 있다. 옛말에 '아무것도 가져 가지 못하고 자신이 지은 업만 따를.. 모리아/삶 07: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