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현장

12월 27일의 상황에서 1.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기소한 기소장에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충격적인 기록 내용이 있다.

ree610 2024. 12. 28. 19:23

12월 27일의 상황에서

1.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기소한 기소장에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충격적인 기록 내용이 있다. 대통령이 12월 3일과 4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 말이다.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국회의원)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

2.
이런 보도를 보고서 그동안은 대통령의 계엄을 지지하다가 입장을 바꾼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를 보고서도 여전히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를 지지하며 대통령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대략 이런 논리일 것이다.

-실탄도 없는데 “총을 쏴서라도”라는 게 말이 되느냐.
-검찰의 기소장 내용일 뿐이지, 재판에서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 않느냐.
-야당의 독주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에서 얼마나 나라를 염려했으면 그런 말까지 했겠느냐.

3.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12월 27일 검찰 특수본 기소장의 내용 보도의 상황까지, 이 기간 중에 대통령과 그에 밀착된 사람들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사실 증거는 삼태기를 그냥 휙 돌리기만 해도 한가득이다.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을 짓밟았다. 법치의 민주주의를 대놓고 무시했다. 많은 법률을 위반했다. 이런 현재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고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4.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삶 전체가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과 내란에 공모한 주범, 종범, 동조자들이다. 정부에도 있고 여당에도 있다. 현재까지의 수사와 그에 근거한 언론 보도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아직까지도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은, 그저 처자식 및 가까운 사람들과 연관된 인간의 본능적 정서에서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된다. 전혀, 결코 공감할 수는 없지만.

5.
그런데 구체적인 손익이 그렇게 분명하지도 않은데, 12월 27일의 현재 상황에서도 여전히 확고하게 대통령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생각, 판단, 정서가 한쪽 방향으로 치달아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알고리즘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의 소집단 이기주의적 인식에 빠져들어 사실 판단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사람들이다. 사람이 살면서 인격적인 존재로서 자기 판단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비참한 일이 없다. 정신이 세뇌되어 상식적으로 확실한 사실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

6.
교회와 그리스도인 얘기 좀 하자. 기독교 신앙의 절대 기준은 66권 성경이다. 성경 말씀이 삶으로 이어지는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과 연관된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일이다. 성서의 가치보다 더 높아진 것이 우상이다. 교회가 약해지고 병들고 타락하는 것은 성경보다 이념이나 사상, 권력이나 이권, 혈연이나 지연이나 학연 등의 인간관계 등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다.

7.
‘내 삶에서, 우리 교회에서, 한국 기독교에서 성경보다 다른 어떤 것이 더 중요해졌구나’ 하고 화들짝 놀라면서 회개하는 것은 그래도 희망이 넉넉한 상황이다. 건강한 정신적 상식과 신앙의 양심에 근거한 인지 능력이 아직 살아 있으니까 말이다. 상식적이고 양심적으로 관찰할 때 성경보다 이념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이 더 중요해진 것이 분명한데도 그 사실을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니까 판단을 거쳐 깨달음에 이르는 것은 어림도 없는 상황, 이런 그리스도인이 생각보다 많다. 목회자 중에서도 적지 않다. 12월 3일 이후의 상황에서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목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목회자 중에 3분의 1은 윤석열에 대하여 우호적이었다.

8.
이런 현상은 신앙적으로 잘못되었다. 12월 27일의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그 집단을 지지하는 목회자와 그리스도인은 잘못되었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전광훈을 중심한 집단이 핵심일 것이다. 여러 통계 자료를 종합하면 전광훈 집단 중 그리스도인이 3분의 2는 넘을 것이다. 대통령에 관한 여론 조사의 현재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가 30퍼센트 정도라고 하는데 (여론조사의 구조와 방법에 따라서 상당한 편차는 있겠지만) 이 숫자 중에서 그리스도인이 적어도 20퍼센트 정도는 될 것이다. 지금까지 윤석열과 입장을 함께한 보수 집단 교회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이들의 입장은 본질적인 의미에서 기독교 보수 신앙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근본주의일 뿐이다.)

9.
12월 27일의 상황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그 집단을 지지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입장에서 명백하게 잘못되었다는 점은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성경에 근거한 신앙에 비추어 볼 때 잘못되었다.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주술과 무속이 얼마나 깊은지는 이제 어린아이도 다 안다. 명백하게 우상숭배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비상계엄과 그와 연관된 후속 행동을 옹호한다면 하나님을 저버린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상숭배를 얼마나 미워하시는지, 성경은 아주 명백하게 가르친다. 그러니까 여전히 대통령과 그 집단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정직하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기독교 신앙이냐, 우상숭배적인 정치적 극우 집단이냐?’

10.
두 번째는, 하나님의 일반계시의 가치를 저버린 것이다. 하나님은 성경 말씀으로써 당신의 뜻을 드러내신다, 곧 계시하신다. 하나님의 계시에 특별계시와 일반계시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난 복음이 특별계시다. 이 특별계시를 통해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묵상하며 그 가치 기준으로 산다. 그래서 그들이 사는 사회가 성경적으로 아름답게 변화된다. 그 모습이 일반계시의 가치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는 일반계시의 가치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다.

(1)인도적 인륜도덕,
(2)생태적 환경윤리,
(3)법치의 민주주의,
(4)상생의 시장경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법치의 민주주의를 대놓고 짓밟은 행위는 하나님의 일반계시를 거역한 것이다. 한국 교회의 정치 편향적 근본주의 신앙은 일반계시의 가치에 취약하다. 한국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한 주요 이유다. 특별계시의 구원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이 된다.’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은 성경을 묵상하면서 일반계시의 가치를 깨닫고 그 가치를 아름답게 가꾸면서 ‘그리도인답게 산다.’ 현재의 상황에서 여전히 대통령과 그 집단을 옹호하는 목사와 그리스도인은 정직하게 자신에게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나는 진정으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 나는 진정으로 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있는가?’

11.
2024년 12월 27일의 상황, 검찰 특수본의 기소장 내용이 보도된 상황에서 우리 사회 특히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과 그 관련 집단의 법적인 처벌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법치의 민주주의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며,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의 문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확정을 비롯한 엄정한 법적인 조치 후의 대선 국면은 물론 그냥 정치적인 상황이니까 신앙의 기준을 들이댈 것이 아니다. 하나 생각이 드는 것은, 개헌을 통해서 국회의원 선거를 앞당긴다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 국회의원들 입장이 많이 달라질 테다.

-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