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쿠데타를 보는 기독교의 관점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성부 하나님,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 하나님은 삼위일체의 신비적 방법으로 현실 세상과 존재하는 모든 것을 주권적으로 다스리며 섭리로 이끌어 가신다. 그 방법이 두 가지다.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보여주며 그 뜻이 작동하도록 일하시는 것을 계시라고 말한다. 특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드러난 복음으로 세상을 구원하며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를 통해서 작동된다. 일반 계시는 세속 정부와 사회에 관련된다. 각 나라 또는 일반적인 여러 영역을 통해서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두 계시에서 특별계시가 중심이다. 하나님은 이를 중심으로 세상을 섭리하며 더불어 모든 일반적인 영역에서는 일반 계시로 세상을 이끌어 가신다.
일반계시의 핵심 가치에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인도적 인륜도덕이다.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사람 모두는 선하게 살아야 한다. 악하고 못되고 독하게 사는 것을 좋다고 할 수 없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 혼자만 잘 살겠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나쁜 것이다. 더불어 살면서 남을 배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생태적 환경윤리다. 오늘날 우리가 특별히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문제다. 기후 위기로 환경이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거나 일회용품을 그냥 펑펑 써대는 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나쁜 일이다.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 세계를 잘 보존하고 가꿔가야 한다.
인륜도덕은 인간관계에 연관된다. 환경 윤리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환경, 곧 지구 행성의 생태 환경에 연관된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사람이라는 존재를 관계 속에서 살도록 창조하셨다. 중심이 하나님과의 관계인데, 사람은 여기에서 예배자로 산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람은 서로 동반자로 산다.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환경과의 관계에서 사람은 마땅히 청지기로 산다.
일반계시에 두 가지가 더 있다. 이 둘은 인륜도덕을 사회 현실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다룬다. 일반계시의 가치 세 번째가 정치 영역에 관한 것인데 법치의 민주주의다. 독재나 전제 정치는 하나님 앞에서 악한 것이다. 구약의 이스라엘에서 왕은 절대자가 아니었다. 그 시대의 근동에서 강대국은 모두 절대 왕조 체제였다. 이집트, 아시리아, 바벨론, 페르시아 등이 그러했다. 로마도 나중에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일반계시의 네 번째가 상생의 시장경제다. 아주 어려운 사람, 경제적으로 절박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먹을 것을 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돕지 않으면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다. 구약성경에는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라는 말씀이 아주 많다. 신약성경에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능력이나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빈부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빈부의 차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아주 심하게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 중에서 무지무지하게 중요하다.
공산주의 계획경제나 공산주의적으로 엄격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실패했다. 인류 역사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반면 무한의 자유 경쟁에 근거한 자본주의가 얼마나 악한 것인지,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비참해지는지도 인류 역사에서 경험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그 앞에 수식어를 붙인 상생의 시장경제가 일반계시의 가치에서 중요하다.
일반계시의 네 가지 가치를 정리하면 이렇다.
1. 양심과 사랑에 근거한 인도적 인륜도덕
2. 자연과 사회를 돌보는 생태적 환경윤리
3. 대화와 협치를 중심한 법치의 민주주의
4. 나눔과 섬김을 목표한 상생의 시장경제
한국 교회는 특별 계시에 집중력이 강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성령의 능력으로 그 복음을 전하는 것 말이다. 반면 일반계시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기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상당히 심각한 약점이다. 한국 교회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미미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12월 3일 밤 10시 30분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것이었다. 헌법 제77조에 비상계엄 발동의 요건이 적시돼 있다. 전쟁이나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사태가 있는 경우다. 대통령은 공무원으로서 나라의 근간인 헌법과 여러 법률의 권위 아래에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법치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중심 책무다. 이를 대놓고 어겼으니 지난 12월 3일 계엄령 선포는 쿠데타다. 법치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국가의 근간이 무너진다. 천만다행으로 2시간 반이 지난 12월 4일 새벽 1시 1분에 국회의원 190명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공교회는 좁은 의미의 정치 문제에 직접 개입하면 안 된다. 기독교의 정통적인 가르침이다. 공교회라고 하면 교단과 각 개별 교회가 중심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공교회의 담임목사로서 공교회적인 입장에서는 한 번도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인 개인으로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했다. 신문이나 방송 등 공적인 매체의 여러 상황에서 필자는 정치나 사회의 여러 문제에 관해서 의견을 개진했다. (필자가 공적으로 쓴 칼럼이 2013년과 2017년에 ‘인용구’, ‘라티오’,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리스도인 개인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여러 직종과 직업에 종사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신앙 양심에 따라 정치 문제나 다른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공교회의 이름으로 좁은 의미 정치 문제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있다. 기독교적인 성경의 관점에서 특별계시의 복음이나 일반계시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무너지는 상황이다. 지난 12월 3일의 쿠데타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 법치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나라의 근간이 무너진다. 헌법을 짓밟은 대통령 자신과 그 공범과 동조자들이 법에 따라서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인 중에서 이쪽이든 저쪽이든 비판하면 안 되고 기도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틀렸다. 현재의 상황은 보수나 진보, 여당과 야당 중에서 어느 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다. 법치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침해를 당한 상황이다. 국민 전체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사회의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기도하며 행동해야 한다. 기도할 방향은 명백하다. 법치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성령이 우리에게 오셔서 거룩한 힘을 주신다. 그로써 특별계시의 구원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그 토대에서 일반계시에 담긴 하나님의 뜻이 힘차게 작동한다. 인도적 인륜도덕, 생태적 환경윤리,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 말이다.
[본고는 2024년 12월 8일 성락교회의 주일 1부와 2부예배에서 성경 예레미야 31:31~33, 에스겔 36:26~28, 사도행전 1:8을 본문으로 하여 지형은 목사가 설교한 내용을 근거로 작성되었다.
‘사도행전 구하기(4) -메시야 대망과 성취 그리고 …’가 설교 제목이다. 설교 내용 전문은 지형은의 페이스북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