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여호수아, 독일 뉘른베르크 성 로렌스교회 스테인글라스, 15세기
구약성경에서 딱 한 명의 인물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사람이 모세다. 모세는 출애굽 해방의 영웅이고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바로 출애굽 구원 사건의 결과이기에 구약 신앙은 모세 신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에서도 모세는 우리를 구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으로 보기에 중요하다. 모세는 정말 큰 산 같은 인물이었다.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사람은 그렇게 존중받아도 된다. 이집트에서의 억압은 그만큼 고통스러웠고 해방은 그토록 절실하고도 달콤했으니까!
위대한 인물 다음의 책임자는 부담이 가중된다. 아무리 해도 앞선 인물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늙고 평범한 복장의 모세는 자신 있고 당당하다. 여호수아의 손을 잡아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표정에도 주저함이나 의심 따윈 없어 보인다. ‘이리와 저리 가자!’ 모세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용장 여호수아인데 모세 앞에서는 그의 손에 이끌리며 망설이고 수줍어하는 표정이다. 외모는 훨씬 젊고 철갑옷을 입고 칼까지 들고 있지만, 모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조연이다. 구약성경도 그의 죽음을 아주 짧게 기록하고 있다 ; 여호와의 종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백십 세에 죽으매(여호수아 24:29).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그렇게 주연과 조연의 역할이 조합하여 직조된다. 영원히 조연일 것 같은 여호수아는 모세가 그토록 원했던 가나안 정착에 성공한다. 하나님의 해방 사건을 시작한 것은 영웅 모세였지만 그것을 완성한 것은 수줍은 조연 여호수아였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여호수아 1장)
하나님의 극단에서 우린 지나가는 사람 1 만으로도 족하다!
-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 기장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