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시스티나의 마돈나(성모)(부분), 265*196cm, 1514년, 독일 드레스덴
조화와 균형 그리고 완벽한 표현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 전성기를 대표하는 화가 라파엘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의뢰를 받아 그린 성모 마리아 그림의 일부다.
성모가 구름을 발로 딛고 아기 예수를 안고 서서 등장하는 엄숙한 순간의 맨 아래에다가 화가는 동네 개구쟁이 같은 깜찍하고 귀여운 천사 둘을 배치했다.
둘 다 메시아와 성모에는 관심 없고 다른 데 정신이 쏠려있다. 요즘으로 치면, 어른들의 주일예배에 참석은 했지만, 관심은 온통 핸드폰 속의 게임이나 만화에 닿아 있는 모습이다. 헝클어진 금발, 맑고 커다란 눈, 앙증맞은 날개 등 성모와 아기 예수로부터 훑어 내려오던 눈길이 여기서 멈춰 빵 터진다.
큰 그림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두 천사가 너무 예뻐서 이 부분만 따로 우표‧엽서‧셔츠‧양말 등의 상품 이미지로 활용되었다. 세간의 이목을 끈 두 천사의 유래에 대한 전설도 생겨났다. 놀러 온 모델의 아이들을 그렸다는 말도 있고, 길거리 소년들이 빵집 창문을 열고 애타게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화가의 재치로 두 아이 천사는 본래 그림의 주제보다 더 유명하고 인상적인 조연이 되었다.
삶과 역사의 문제로 무거운 시대, 오늘보다 내일의 전망이 밝지 않아 어두운 시대,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머리 아픈 시대,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실망으로 헛헛한 시대…, 그래서 어느새 우리 삶에 웃음기와 해학을 상실한 시대에 가끔은 이렇게 그냥 웃게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대가 진정 천사다.
- 이훈삼 목사 (기장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