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가을 밤

ree610 2024. 10. 9. 11:04

가을 밤

 
-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 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 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하나 둘 꺼져가면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 밤에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들판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 들판을

너는 보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