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 밑에 산다
곽노순
나는 산 밑에 산다.
산정에 올랐던 추억을 지닌 채 산 밑에 산다.
그리고 가끔 시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과 나눈 말을 추억하면서
나는 산 밑에 산다.
달빛 그득한 앞뜰에
장자도 예수도, 에녹도 노자도 놀다 간 자욱이 있기에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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