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솔로몬의 재판, 120*105cm, 1511년, 바티칸
한 아이는 이미 눈 감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 다른 아이 하나는 근육질 무신의 손에 거꾸로 들려 바둥거린다. 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그는 한칼에 아이를 둘로 쪼갤 심산이다. 뒷모습도 단호한 이 집행인에게 자비란 눈곱만큼도 없다. 그는 단번에 아이를 쪼개기 위하여 혹시라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검지로 칼 손잡이를 넘어 움켜잡았다.
앞면의 여성은 두 손을 앞으로 벌려 왕의 명령이니 거역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는 듯하다. 무릎 꿇은 그녀의 자세는 다소곳했으나 그 속에는 무서운 거짓과 죄악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어서 있는 다른 엄마는 왕의 명령을 황급하게 막아선다. 어찌나 급하게 움직였는지 머리 두건이 휘날린다. 그리고는 얼굴을 왕에게 돌리면서 명령을 걷어달라고 요청하고 팔로는 집행인의 칼을 저지하고 있다. 숨 막히는 순간이다.
머리에 황금관을 쓰고 흰 머리와 긴 턱수염으로 경험과 연륜을 알리는 솔로몬은 양극단의 주장 가운데에서 가장 지혜로운 판결을 내렸다. 그는 두 여인의 상반된 주장에서 드러난 표면의 정보를 넘어 그 아래 깊숙하게 감추어진 진실을 보려 하였다. 솔로몬은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는 인간과 세계가 내면에 품고 있는 본질을 보게 한다.
지구위기‧교회위기‧인간위기 시대에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지혜를 구한 솔로몬의 지혜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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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바티칸 교황의 서재 천장에 라파엘로의 대표작 아테네학당과 같이 프레스코화로 그려졌으며, 같은 시기에 바티칸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미켈란젤로가 천장에 대작 천지창조를 그리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었다.
-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
** 성서일과 - 역대하 1:7~12
7 그 날 밤에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나타나 그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무엇을 주랴 너는 구하라 하시니
8 솔로몬이 하나님께 말하되 주께서 전에 큰 은혜를 내 아버지 다윗에게 베푸시고 내가 그를 대신하여 왕이 되게 하셨사오니
9 여호와 하나님이여 원하건대 주는 내 아버지 다윗에게 허락하신 것을 이제 굳게 하옵소서 주께서 나를 땅의 티끌 같이 많은 백성의 왕으로 삼으셨사오니
10 주는 이제 내게 지혜와 지식을 주사 이 백성 앞에서 출입하게 하옵소서 이렇게 많은 주의 백성을 누가 능히 재판하리이까 하니
11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이르시되 이런 마음이 네게 있어서 부나 재물이나 영광이나 원수의 생명 멸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장수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내가 네게 다스리게 한 내 백성을 재판하기 위하여 지혜와 지식을 구하였으니
12 그러므로 내가 네게 지혜와 지식을 주고 부와 재물과 영광도 주리니 네 전의 왕들도 이런 일이 없었거니와 네 후에도 이런 일이 없으리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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