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아버지
ㅡ 류상선
아이를 가졌다고 말씀드렸을 때,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셨다.
아내는 입덧으로,
아파도 약을 먹을 수 없는 사랑으로
많이 고통스러웠고
많이 기뻤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고통과 기쁨 가운데 태어난 생명은
인형처럼 예쁘지만은 않았다.
자기 앞의 존재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엄마”라 부를 능력도 없었다.
아기는 무지하고 무력했다.
그래서 신비로웠다
더욱 신비로웠다.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사람들은 아버지의 연세를 들으면
서운하지만, 그래도 장수하셨다고 웃으며 위로해주었다.
치매기가 있으셨던 아버지도
무지하고 무력했다.
그래서 신비로웠다.
더욱 신비로웠다.
어리석음을 모르는 신비로움이
어디 있으랴?
어리석어지지 않았던 아버지가
어디 있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