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의 등기
ㅡ 이길원
놈이 이 땅에 등기를 낼 줄이야
목줄에 끌린 저녁 산책길
그래도 놈이 가는 곳은 일정했다
감나무 밑둥에 오줌 한 줄기
몇 발짝 더 가
싸리나무 곁에 또 한 줄기
국화 꽃잎에 코 대고 킁킁
빙 둘러 경계를 그으며 등기 내더니
살을 붙이듯 조금씩 넓힌다
나도 어렴풋이 놈의 땅을 짐작한다
그 땅 안에서 놈은 왕이다
길 잃은 개라도 들어오면
이빨 세워 으르렁
놈의 허락 없이는 넘볼 수 없는 영역
인간들도 그 땅에 금 그으며 킁킁거린다
노을을 타고 앉은 부처님이 빙긋 웃는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는? (4) | 2023.12.26 |
---|---|
前총무원장 자승 소신공양!? (2) | 2023.12.01 |
모차르트를 듣는다 (2) | 2023.11.23 |
전태일 열사의 유언과 엄마 (2) | 2023.11.14 |
종로 명륜동 삼청동 걷기 (0) | 2023.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