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를 듣는다
ㅡ 이윤학
낮 동안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컨테이너 박스 농기구 창고 앞
길쭉한 밭뙈기 고추와 실파와
콩 두둑이 모차르트를 듣는다.
지하 1층 대경할인마트에는 전축이 있다.
붉고 검은 선을 타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빵 굽는 마을 간판 밑 스피커
밭뙈기 가장자리 호박넝쿨
꺼칠한 잎들 사이사이
노란 귀를 디밀고
모차르트를 듣는다.
호박넝쿨 속 아주까리 대 둘에도
꽃이 피어 파란 열매가 달린다.
세우경로당 컨테이너 박스 앞에 노인네들
식탁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지팡이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차곡차곡 잎이 따여 대가 긴 상추들
구부러진 대 위에 쌈을 매달고 있다.
아린 액이 쌈과 대 사이에 모여 있다.
따일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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