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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바보다
ㅡ 신형건
씹던 껌을 아무 데나 퉤, 뱉지 못하고 종이에 싸서 쓰레기 통으로 달려가는 너는 참 바보다
개구멍으로 쏙 빠져나가려면 금방일 것을 비잉 돌아 교문으로 다니는 너는 참 바보다
얼굴에 검댕 칠을 한 연탄장수 아저씨한테 쓸데 없이 꾸벅, 인사하는 너는 참 바보다
호랑이 선생님이 전근 가신다고
계집애들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찔끔거리는 너는 참 바보다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는 너는 참 바보다
내가 아무리 거짓으로 허풍을 떨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끄덕여 주는 너는 참 바보다
바보라고 불러도 화내지 않고
씨익 웃어 버리고 마는 너는
정말 정말 바보다
그럼, 난 뭐냐?
그런 네가 좋아서 그림자처럼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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