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대리운전기사와 고객

ree610 2023. 5. 5. 13:33

어느 학교의 교장 선생이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귀가 하던 중이었다.

"선생님 댁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네! ○ ○동 ○ ○아파트로 가주시오!"

"네,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아~ 네! 직장 동료들과 술 한잔했습니다"

"실례지만 직장이~~~?"

"학교 선생입니다"

"아~ 네! 연세가 드셨으니 교장선생님쯤 되셨겠어요."

"네~ 맞습니다"

"약주는 얼마나 드셨어요?"

"아~ 네! 소주 1병정도 마셨습니다"

이윽고 아파트 근처에 다다랐다.

"교장 선생님!
오늘이 마침 금요 주말 저녁이라 콜이 많아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들어갔다 나오면 제가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다른 콜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입구에 내려드리면 안될까요?"

"아~ 네! 그러시지요"

교장선생은 대리기사가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수 있도록 선의의 마음으로 기사의 부탁에 흔쾌히 승락을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교장선생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려고 차를 조금 움직이는 상태에서 누군가 차 트렁크를 내려치며 스톱을 외쳤다.

교장선생은 차를 멈추고 무슨 일인가 하여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차에서 내렸던 대리기사가 다가오더니 교장선생이 갑자기 운전하는 바람에 차에 팔을 다쳤다며 언성을 높이며 한손으로 팔을 받쳐드는 것이었다.

조금전 상냥한 대리기사의 태도는 사라지고 음주운전으로 팔을 다치게하였으니 어떡할거냐 따져 물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대리기사는 음주운전으로 손을 다치게 했으니 합의를 보던가 아니면 112경찰을 부른다며 협박하고 있었다.

정년을 몇달 앞둔 교장 선생은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아찔하였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인재 육성을 위해 헌신했는데~

도저히 말도 안되는 함정에 빠진 음주사고로 불명예스러운 정년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혼란스러웠다.

이윽고 교장선생은 대리기사에게
"기사님의 부탁으로 편리를 봐드리다 그랬으니 서로 이해하고 헤어집시다"라고 교장선생이 말하였지만

"아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장선생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셨으면 죄송하다 사과하시고 정중하게 합의를 이야기하셔야지요

제가 대리운전한다고 우습게 보시는 겁니까?"하며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아파트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입구는 다른 차량이 간신히 비켜서 내려갈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차량을 속히 빼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몇몇 주민들이 입구에 몰려들어 무슨 일인가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성질이 급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사람같으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이런 상황속에서 주먹으로 한대 쳤을 것.

하지만 교장선생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소?" 하니

합의금으로 2천만원을 달라는 것이다.

세상에나~~~
회식 후 대리운전으로 집에 왔을 뿐인데 이 말도 안되는 대리기사의 조폭같은 사기성 함정에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

2천만원을 내 놓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112에 신고 할 기세였다.

현행법이 음주운전으로 차를 1m만 운전하여도 이는 명백한 음주운전으로 간주된다는 일반적인 상식은 알고 있다.

더군다나 8년전쯤에 음주운전으로 간소한 벌금을 낸 전력이 있었다.

이윽고 교장선생은 결심하신듯

"1천 만원에 합의봅시다!"하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교장선생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셨잖아요.

제가 112와 기자들 한번 부를까요?"

참으로 양아치같은 사람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후

"2천만원에서 제가 특별히 3백만원을 빼드릴테니 1천7백만원만 주십시요!"

마치 크인심이라도  쓰듯이 흥정까지 하는 걸보고 도저히 상대해서는 안될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좋아요! 그럼 내일 드릴테니 연락처 주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내일가서 합의금도 안주시고 체내 혈중알콜도 희석되는데 제가 그렇게 바보로 보이십니까?
지금 주시던가 112불러 알콜수치를 측정 후 사건처리하고 천천히 합의를 보시던가 마음대로 하시지요"  

참으로 제대로 걸렸구나 생각이 들었다.
교장선생님은 속히 이 위기를 빠져나가고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알았어요. 계좌번호 주세요"

"아니 먼저 합의서부터 써놓고 돈을 받아야 서로가 완벽하니 합의서부터 쓰시지요"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사기전문가에게 걸려들었다.

교장선생은 이날 악몽같은 생애 최악의 회식 날에 피같은 돈 1천7백만 원을 날렸다.

위의 실화는 일어난 실제 사건으로 이를 널리 알려 다시는 이와같은 피해사례가 없어야 하기에 긴급하게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회식 후 대리기사를 부르실경우엔 반드시 주차장 주차면에 정확히  주차가 이루어지면 그때 수고비를 지출하고 차에서 내리셔야합니다.

주차면에 바퀴가 조금 틀어졌다고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켜는 순간 음주운전으로 처벌됨을 잊지마십시요.

일부러 집 근처에 내려준 대리기사가
당신을 지켜볼지 모릅니다.

항간에 전주시내 대리기사가 일부러 바쁘다는 핑계로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회자됨을 잊지마시고 대리운전 귀가시 더욱더 조심하시기를.

<이형권 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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