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보다
ㅡ 양애경
어릴 적 아버지만 드시던 꿀단지
하얀 자기 뚜껑은 끈적끈적
아버지가 찻숟갈로 꿀을 떠먹고
혀를 휘∽돌려 숟갈을 빨고는
다시 한 숟갈 뜨는 걸 보면
‘더러워라’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혼자 다락에 올라
훔쳐 먹는 꿀맛은
달콤하긴 했지
하긴 꿀은 벌들이 빨아먹은
꽃꿀과 꽃가루를 토해낸 거잖아
침투성이잖아
아니, 침 그 자체이겠네
키스는,
상대의 침을 맛보는 일
맛을 보고서
‘아 괜찮네’싶으면
몸을 섞기도 하고
몸을 섞는 게 괜찮다 싶으면
아이를 만들기도 하찮아
몸과 몸끼리
서로 맛보는 일
어차피 침투성이
더러울 것 하나 없겠네
*참 재미있는 시.
시인의 발상의 발전이 음흉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의 언어는 하늘에서 오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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