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정원
ㅡ 류시화
여기 이 숲에 오면 둥근 나무들과 황금의 벌레들이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잊혀졌던 옛날의 불꽃이 있다.
새들이 부리로 그 불꽃을 물어 날라
사방에서 빛이 터진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숲의 오솔길로 즐겁게 달려갔다
누군가 오래전에 이 길에서 했던 말들의
메아리가 내 뒤를 따라왔으며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삶의 고독도 청춘의 방황도 그 뒷날의 일이었다
더 늦기 전에 나는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갑자기 비구름이 숲을 뒤덮고 모든 것들이
그 오솔길에서 덧없이 져버렸다
숲에서 돌아 나오며 그 옛날의 불꽃을 나는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