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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넘어 날아든 나비 한 마리

계수님께 "아! 나비다." 창가에 서 있던 친구의 놀라움에 찬 발견에 얼른 일손 놓고 달려갔습니다. 반짝반짝 희디흰 한 송이 꽃이 되어 새 나비 한 마리가 춘삼월 훈풍 속을 날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의 연약한 나비가 봄하늘에 날아오르기까지 겪었을 그 긴 '역사'에 대한 깨달음이 겨우내 잠자던 나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습니다. 작은 알이었던 시절부터 한 점의 공간을 우주로 삼고 소중히 생명을 간직해왔던 고독과 적막의 밤을 견디고……, 징그러운 번데기의 옷을 입고도 한시도 자신의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각고의 시절을 이기고……, 이제 꽃잎처럼 나래를 열어 찬란히 솟아오른 나비는, 그것이 비록 연약한 한 마리의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적어도 내게는 우람한 승리의 화신으로 다가옵니다. 담 넘어 날아든 ..

모리아/편지 200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