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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그루

다섯 그루 황형철 염치쯤이야 모른 척하고 꼭 좀 탐이 나는 게 있어 가만 앉아서도 상춘할 수 있는 산수유 하나 묵을 갈아 시를 곁들일 수 있는 홍매화 하나 게으른 나 대신해 먼 데까지 향기 나눌 수 있는 자목련 하나 긴긴 무더위쯤 함께 이겨낼 탐스러움 배롱나무 하나 까치밥도 넉넉히 남길 수 있는 감나무 하나 이렇게 딱 다섯 그루만 가갑게 좀 두면 날마다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 할 것인데 멍하니 해바라기하며 심심소일 살랑살랑 바람도 훔치고 싶어

모리아/시 2021.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