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좋은 설교

하관(안장) 예식 설교, 김경재 교수님! 영정 사진의 선생님이 지금 당장이라도 나오셔서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하실 것만

ree610 2025. 5. 6. 15:28

김경재 목사님 하관(안장) 예배 설교

영정 사진 속의 선생님이 지금 당장이라도 나오셔서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하실 것만 같습니다.

여기 남한강공원묘원(여주)에 오기 전, 우리는 서울 양재동 추모공원에서 선생님을 화장했습니다. 화장하는 동안 추모공원 안의 미술 전시관을 둘러보았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서양 유명 화가들의 복사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두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는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1898년)입니다. 인간과 역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담은 그림입니다. 선생님께서도 평생 이 문제를 안고 씨름하셨습니다.

또 하나는 에곤 쉴레의 ‘죽음과 소녀’ (1915년)입니다. 죽음과 한 여인이 서로 끌어안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죽음을 멀리하고 밀쳐 내는데, 이 여성은 오히려 죽음을 두 팔로 적극적으로 안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본래부터 삶의 욕구와 죽음의 충동이 공존한다는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한겨레신문 조현기자가 4년 전에 선생님 자택에서 대담을 나눈 3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거기서 선생님은 “모든 것은 그분에게서 나오고 그분으로 말미암고 그분을 위하여 있습니다. 영원토록 영광을 그분께 드립니다. 아멘”(로마서 11:36) 이 구절을 평생 귀한 말씀으로 믿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평생 이 말씀을 탐구하고 이 진리를 증언하고 삶으로 보여주시려 애쓰셨습니다.

기독교 진리의 핵심은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Incarnation-입니다. 메시아 예수님을 비롯해서 세상 모든 존재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선언, 인생과 역사의 모든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오고 하나님께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믿고 증언하는 복음입니다.

한달 전, 4월 5일에 선생님을 10분간 면회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장공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삶의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계속해서 기억하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계신 것은 김경재목사님의 행복이었습니다. 우리도 인생 내내 생각할 수 있는 김경재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행복입니다.

해외에 계신 장공 선생님과 편지를 계속 주고받으셨는데 장공 선생님이 김목사님에게 편지 끝에다가 계속 말씀하신 것은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비워라’ 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기독교 진리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비우고 종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다는 것입니다.

오늘 김경재 목사님께서 85년 동안 지니고 계시던 육신을 한 줌의 재로 비우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장공이 말씀하신 것처럼 비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탐욕과 죄악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아쉬움과 상처도 비우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사랑하는 선생님을 한 줌의 재로 이곳에 안치합니다.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는 다시 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자신을 비움으로 이 땅에 오심으로써 영원한 존재가 되었듯이, 오늘 김경재목사님께서 자신을 비워 한 줌의 재가 되셨기에 우리에게 영원한 목사님으로, 선생님으로 남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선생님의 유해를 놓고 돌아가지만, 우리의 기억‧마음‧역사 속에서 선생님은 영원한 비움의 모습으로 남아계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그 뜻을 간직하고 이어가는 것이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고 예의입니다. 우리에게 영원한 비움을 보여주신 김경재 목사님, 선생님 고맙습니다. - 이훈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