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가지 치기 - 이향지 사는 일 먹는 일 더 자란 나뭇 가지를 뭉텅뭉텅 쳐내야 먹고 사는 사람 전신주와 간판 사이에 아슬아슬 걸쳐 있던

ree610 2025. 3. 8. 08:33

가지 치기

- 이향지


사는 일
먹는 일

더 자란 나뭇 가지를 뭉텅뭉텅 쳐내야 먹고 사는 사람

전신주와 간판 사이에 아슬아슬 걸쳐 있던 겉가지들
윙윙 소리 자나갈 때마다 실업자가 되어 나둥그러진다

내가 살기 위하여
다른 팔을 잘라내야 하는 아픔

잘린 가지들의 진이 옷자락을 붙잡는다

봄은 못 본 척
남은 가지들만의 잔치를 준비한다

늘 그렇듯이


* 전지하기 바쁜 시간이 지났다.

지난 해에 자란 가지를 잘라낸다.
남은 가지에서 열매를 맺게 하고자

또 아름다움을 위해서
웃자란 가지를 잘라낸다.

남은 가지는 봄을 맞이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전지가 필요 없는 나무도 있다.
그냥 두어야 좋은 나무도 있다.
잘림으로 몸살을 앓는 나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