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다 왔다 - 이형기 - 자 이젠 다 왔다 다음은 쉴 차례 아니 깊이깊이 잠들 차례다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ree610 2024. 9. 3. 08:35

다 왔다

- 이형기 -

자 이젠 다 왔다
다음은 쉴 차례
아니 깊이깊이 잠들 차례다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이젠 다 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정말 있는가
다만 왔다고 생각한
그 생각만이 공중에 떠돌 뿐이다

떠도는 가운데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젠 다 왔다는 한때
그것이 또한 끝이 아닌 것을

이것저것 다 알고 있는 나의 죽음
그것조차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