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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무 - 정끝별 - 오십 년째 이름없이 살던 참나무 한 그루 오늘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 되셨다..

ree610 2024. 8. 8. 07:43

또 하나의 나무

정끝별

오십 년째 이름없이 살던 참나무 한 그루
오늘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 되셨다
임학계 거목 김장수 씨 화장 유골이
살아 아끼시던 이 참나무 아래 묻혔으니
나무와 함께 살다 나무 곁으로 가셨으니
첫 겨울 개똥지빠귀 한 마리 놀러와
옹이에 앉아 휘바람 불어주고 있으니
참, 나무 되어 장수하시겠다

손가락 흰 자작의 딸이 아니었기에
어깨 처진 고배에 고배를 자작하였으니
언어를 호미 삼아 죽정밭 한 평쯤 자작하셨으니
별똥을 쏟아내는 개똥벌레처럼
뼛속까지 하얗게 질린 채 자작거렸으니
나도 죽어 자작, 나무 되어
별을 먹은 나무 되고 싶다

불힘 좋은 몸들,
나무들의 향기나 낯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