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리스도와 간음하다 잡힌 여인, 1565년, 피터 브뤼겔. → 피터 페렛이 판화로 제작(1579년)

ree610 2024. 5. 31. 21:28

피터 브뤼겔, 그리스도와 간음하다 잡힌 여인, 1565년
→ 피터 페렛이 판화로 제작(1579년)

사람들을 가르치던 교육 현장에 갑자기 들이닥친 바리새인들이 여인을 잡아 와서 예수님 앞에 세웠다. 수많은 사람 앞에 홀로 서 있는 가련한 여인, 살기 등등한 군중은 당장이라도 여인을 돌로 처형할 기세였다. 예수님을 공격하여 곤란에 빠트릴 궁리만 하는 바리새인들은 이 여인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율법에 따라 돌로 쳐야 하는가, 아니면 사랑으로 용서할 것인가! 돌로 치라 하면 사랑에 대한 율법의 승리요 예수님의 가르침은 허물어진다. 용서하라 하면 율법을 어긴 죄를 짓는 것이다.

예수님이 단수에 걸린 만큼 바리새인들은 의기양양하다. 오른쪽 두 사람은 바리새인 중에서도 지도자급이다. 훨씬 고급스러운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율법을 차고, 신발도 좋은 것을 신었다, 맨발의 예수님과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그런데 예수님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터져나왔다 ;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그리고는 땅바닥에 이 말씀을 직접 쓰신다. 겁에 질려 절망에 빠져있던 여인은 눈을 내리깔고 주님이 쓰시는 글을 보고 있다. 여인에게 그것은 죽음에서 구원해내는 생명줄 같은 한 줄 글씨였다. 여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그리고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여인을 향한 죽임의 기운이 팽배하던 공간에 용서와 사랑의 기운이 불어닥쳤다.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뜬다. 던지려던 돌을 바닥에 내려놓은 이도 있고, 바구니에 돌을 잔뜩 가져왔다가 도로 가져가는 이도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멋지게 차려입고 간사한 죽음의 덫을 놓는 바리새인들이 아니라, 갑작스레 흥분하고 죄에 가담하려 했다가도, 주님의 말씀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슬며시 돌아서 가는 얼굴 희미한 사람들이다. 구원은 어디서 오는가. 내가 죄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해도, 주님의 음성을 듣고 양심의 소리를 들으며 죄에서 떠나는 사람이 구원받는다. 양심은 하나님이 우리 내면에 주신 성경이다.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대, 양심의 소리에 응답하는 시대는 행복하다. 구원받은 시대다.

천천히 가만히 살펴보자, 내 마음속과 이 세상을!
그 소리에 숨죽여 귀를 기울여보자,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러!

ㅡ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