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아내와 나 사이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ree610 2024. 6. 5. 15:14

아내와 나 사이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
철학 ?
종교 ?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詩 / 이 생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