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빈 손밖에 없을지라도]
- 안도현 -
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
빈 손밖에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
나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 떨리는 내 손을
포개어 얹은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준다는 것 그것은
빼앗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이 지상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전체를 소유하는 것보다
부끄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대여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모리아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눈발이라면 (0) | 2023.12.24 |
---|---|
이 겨울에 (0) | 2023.12.22 |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0) | 2023.12.20 |
사랑은 멀리 돌아가는 길 끝에 있다 (0) | 2023.12.19 |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0) | 2023.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