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그대의 모습보다]
- 류시화 -
보이는 그대의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그대를 더 사랑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나의 눈은 이미
편견과 오류에 젖어 있으므로,
왜냐하면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므로,
왜냐하면 보이는 것을 사랑하기에는
괴로움이 많아 작은 내 가슴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므로.....
꽃 한 송이 키우는데도
오랜 시간과 물과 인내가 필요하듯이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나는 내 몫의 고통을 진주처럼 키워가야 할 것,
"아픔이 없이는 성숙할 수 없다"라고
누가 한 말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처럼
수없이 아파하였어도
그것이 보다 큰 성화의 조건이라면
기꺼이 열 번, 스무 번, 아니 백번이라도 부딪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