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현장

교육목사는 누구인가?

ree610 2023. 6. 14. 08:14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처럼 예외 없는 법은 없다. 모든 법은 법 제정의 입법취지 즉 그 법을 만들어야 할 타당성과 상황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떤 법이 만들어질 때는 그 법이 시의적절한 최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로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해도 시행과정을 거치면서 문제점 내지는 법의 미비한 부분 즉 법의 사각지대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예외 없는 법은 없다"는 말일 것이다. 법의 모순과 부조화, 상충되는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비단 교회법뿐 아니라 일반국가법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상위법우선의 원칙 혹은 특별법, 신법우선의 원칙이라는 법적 용어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법률들도 서로 충돌되고 위배되는 조항들과 부분들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우리교단 헌법 정치 27조에 보면, "제27조 목사의 칭호 7. 교육목사는 위임(담임)목사를 교육분야에서 보좌하는 목사다. 임기는 1년이며 연임할 수 있고, 청빙에 관한 규정은 헌법 정치 28조 4항을 준용하고 연임청원은 헌법시행규정 제18조(부목사, 전도사의 연임청원)를 준용한다.(신설개정 2018.12.20.)"라고 교육목사의 칭호에 관한 항목이 규정되어 있다.

103회 총회(2018.9)시 교육목사제도를 헌법에 명시했던 입법취지는 '좋음'을 넘어 금상첨화였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갈수록 취약해지는 교회학교 현장의 교역자 수급문제의 어려움과 총회 당시 파악된 1800여 명에 달하는 무임목사들의 불안정한 신분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법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헌법 정치 27조 10항에 명시된 무임목사 규정 제27조 목사의 칭호 10.무임목사는 노회의 결의에 의한 시무처가 없는 목사다.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을 계속 무임으로 있으면 목사의 직이 자동 해직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임목사 3년이 도과하면 목사직을 잃게 될 다수의 무임목사들에게 사역현장을 제공함으로 교단의 고급인력을 유실하지 않고 다음세대에게 말씀과 복음을 가르치는 사역자로서의 당연한 사명을 구현케 하고 무임목사들에게는 목사로서의 신분을 보장하게 된다면 이보다 좋은 제도가 있을 수 없으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만들게 된 제도가 바로 교육목사제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취지로 제정된 교육목사제도는 시행되면서부터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교육목사는 목사이고 노회원이기는 하지만 노회에서는 언권회원일 뿐이고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반쪽짜리 신분에 머물러야 했다. 교회교육현장에서 섬기는 각 지 교회에서는 목사이기는 하지만 당회원이 될 수 없고 제직회 회원도 아닌 그야말로 허울뿐이고 허수아비 같은 목사라는 불평들이 교육목사들을 포함하여 서서히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의 취지와 규정에 따르면 목사는 당연히 노회원이 되고 노회원이라면 언권회원이 아닌 결의권 선거권 피선거권을 가진 명실상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교육목사제도는 이런 부분에서 전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취지에서 벗어난 기형제도가 되었다는 한탄과 아쉬움 섞인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총회 때마다 교육목사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헌의안들이 제출되기 시작했다.

교회학교에 양질의 목회인력을 공급하고 목사직을 상실하게 되는 신분 위기에 노출된 무임목사를 교육목사 신분으로 전환하여 목사신분 보장을 담보하고자 시행했던 교육목사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목사직 신분의 정체성을 오히려 애매하게 흐리는 모호한 제도가 된 것이다. 그런 신분적 모순에 더불어 교육목사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권리를 행사하는 신분에 있어서는 무늬만 목사인 교육목사를 청빙하여 사실상 부목사가 해야 할 일들을 시키는 변질된 교육목사제도를 운용하는 교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돌풍은 교회공동체의 운영과 경제상황을 어렵게 했다. 이런 시대적상황과 맞물려 교육목사제도를 변칙운용하는 일부교회가 경제적 부담이 적은 교육목사를 청빙하여 전임사역자인 부목사나 전임전도사가 감당해야 하는 사역을 맡기는 사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에는 분명히 교육목사를 청빙하여 전임사역을 맡길 수 없다(헌시 제20조2.3항)고 명시되어 있지만 을(乙)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교육목사 대상자들을 교회현장에서 변칙 청빙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목사후보생으로서 자격을 갖춘 교육목사 안수청원 절차와 과정, 연임청원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노회와 교회에서는 반쪽짜리 혹은 불완전한 신분을 보장받은 교육목사들이 안수청원을 할 때는 헌법정치 제28조 제4항을 준용하여 부목사의 청빙과 안수청원의 절차를 거쳐야하고 매년 연임청원의 번거로움도 감당해야 하는 문제점도 대두되었다.

열악한 교육현장에 무임목사와 목사후보생들을 투입하여 교육현장에 활력을 공급하고자 했던 입법취지와 무관하게 미조직교회에서는 교육목사 안수청원을 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목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1800여 명의 무임목사들이 실제 교육목회 현장에 참여하여 사역을 하고 있는 비율이 너무나 무의미한 결과로 나타났다. 교육목사제도 시행 2년 경과 후 105회기 총회교육자원부가 68개 노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회별 교육목사 실태 현황조사에 따르면 교육목사 제도 시행 2년 만에 총회 소속 전체교회에 485명의 교육목사가 청빙되었을 뿐이고 그들 중 무임목사가 교육목사로 청빙된 경우는 겨우 3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2021.1월 현재) 이런 결과는 교육목사제도 입법 당시 교단총회의 예상과 기대를 완전히 벗어난 실망스런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입법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노회와 교회에서의 신분문제가 확실하게 정리되어 교육목사들이 주장하는 기관, 전도, 선교목사들과 동등한 신분보장과 지위를 부여해야 할 것이고 미조직교회에서도 교육목사안수청원을 허락하여 교육목사를 교육현장에 투입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며 교육목사제도를 변칙적용하거나 오용하지 않고 선용할 수 있도록 교단내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교육목사제도의 입법취지는 분명 좋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목사 제도를 시행하면서 얻은 결과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2017년 서울서노회 헌의안을 시작으로 총회에 쏘아올렸던 교육목사제도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 미완의 과제를 총회에 남겨주고 있다. 107회 통계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2023년 6월 현재 무임목사는 1706명이며 교육목사는 73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무임목사의 신분위기의 문제와 함께 교육목사제도를 지금처럼 반쪽짜리 목사의 신분으로 남겨둬야 할지 아니면 노회와 교회에서 목사로서의 신분에 걸맞는 책임과 권리를 보장하여 시대적 요청으로 탄생한 교육목사제도가 진일보 발전하여 총회와 교육목회현장을 건강하게 견인해 나가는 제도가 되게 할지 총회가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바라기는 시대적요청으로 탄생한 교육목사제도가 메말라가는 다음세대 교육현장에 가뭄에 단비같은 활로를 열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진구 목사(성루교회, 105회기 헌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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