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를 연마하라
ㅡ 곽 노순
새벽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는 보초의 심정을 지녀 보라.
등불을 손에 들고 신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신부의 심정을 지녀 보라.
‘하는 데“(作爲)에 인이 박힌 인간이
이런 뜨거운, 기다림의 전적인 피동에 들어가면
죽음과 같은 권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 대상이 신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일순이 천년같이 느껴지는 이 권태의 휘장 앞에서
말이나 생각에 휘감기지 말고
상상에 쏠려 가지도 말고
희망적인 소원으로 들뜨지도 말고
절망으로 처지지도 말고
피곤으로 잠들지도 말고
사력을 다해 미동도 없이 버티어 있으라
적막의 극치에서 기어코 지성소의 휘장은 찢어지고
봄의 만물이 군대처럼 일제히 일어나는 것을 선물로 받게 된다.
봄 비(靈)가 산천을 온통 적시고 있지 않는가!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곧 ’하지 않는 것‘(無爲)를 연마하라.
이 절대 무위를 실현할 때만
지존자의 생생한 활동의 대상으로 선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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