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ree610 2022. 12. 31. 09:28

 



ㅡ  박 상화


나무는 매일 있었던 일을 제 몸에 적어놓는다
강추위가 오면 움츠러들었다고 적고
꽃이 핀 날은 한껏 부풀더라고 적고
고요했던 날은
지루해 몸이 뒤틀리더라고 적어놓았다
몸에 가라앉은 세월은 주름이 되므로
주름진 할아버지는
주름진 나무의 일기를 읽을 줄 아신다
제 몸에 세월을 새겨본 이들만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두 주름이 서로를 보듬어
결 속에 묻힌
침묵을
깎는다

 

'모리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정길  (0) 2023.01.02
달라진 장례문화, 인간과 죽음  (0) 2022.12.31
더탐사 기자 구속 영장청구, 정권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다  (0) 2022.12.29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0) 2022.12.19
나무들  (0)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