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 도종환 -
별빛이 쓸고 간 먼 길을 당신께 갑니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 간 벌판이 되어
길의 끝에서 몇 번이고 빈 몸으로 넘어질 때
풀뿌리 하나로 내 안을 뚫고 오는
당신께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 땅에 일로 가슴 아파할 때
별빛으로 또렷이 내 위에 떠서는 깜박이며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동짓달 개울물소리가 살얼음을 녹이며 들려오고
구름 사이로 당신은 보입니다
바람도 없이 구름은 흐르고
떠나간 것들 다시 오지 않아도
내 가는 길 앞에 이렇게 당신은 있지 않습니까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모리아 >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 (0) | 2022.12.31 |
---|---|
더탐사 기자 구속 영장청구, 정권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다 (0) | 2022.12.29 |
나무들 (0) | 2022.12.06 |
은퇴선교사, 거쳐 마련! (0) | 2022.11.28 |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1) | 2022.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