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돌봄의 리더십 - 선우경식 원장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서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실천하는 삶은 쉽지 않다. 특히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빈곤한 이들의 편에 선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일생을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는 일은 보통 사람의 경지를 넘어서는 위대한 인생으로 추앙받아 마땅하다. 일명 "쪽방촌의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의 삶이 그러했다.
선우경식 원장은 천주교 신자로서 사하라의 베니-아베스로 들어가 원주민들과 더불어 살며 복음을 전했던 샤를르 드 푸코(Charles Eugene de Foucauld) 신부의 생활 정신을 본받아 실천하며 살아가는 '예수의 작은형제회' 소속 회원으로 평생 세상을 섬기다가 2008년 4월 18일에 별세하였다.
1969년 가톨릭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킹스브룩 메디컬 센터에서 공부한 후 귀국하여 한림대 교수로 봉직했던 선우 원장은 1983년부터 달동네였던 신림동에서 무료 의료봉사를 시작한 이래로 돈과 명예 등 세속적 욕망을 내려놓고 헐벗고 가난한 이들의 후견인이 되어 갔다. 급기야 1987년 8월에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영등포역사 뒤편에 '요셉병원'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노숙자들과 건강보험증이 없는 행려자들, 알코올 의존증 환자,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 쪽방촌에 기거하는 독거노인들에게 무료 진료와 치료, 수술까지 해주었고, 당시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까지 사랑으로 열려있는 편안한 병원이다. 반면에 독신이었던 선우 원장은 "의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라고 강조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료실을 지켰다. 심지어 암과 뇌졸중과 싸우면서도 진료를 이어갔고, 고인이 되기 나흘 전까지도 진료실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그는 없지만 이곳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는 의사들이 120여 명에 이르고, 600여 명의 다양한 전문분야의 봉사자들과 1만 2000여 명의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하루 평균 100여 명의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이 요셉의원을 이용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오는 굶주림과 병, 배를 곯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하는 것이 얼마나 유지가 될 것이며 오래 버티겠냐는 걱정과는 달리, 2022년 설립 35년을 맞게 된 현재에도 요셉의원의 기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선우경식 원장의 삶에 가장 중심을 이룬 가치의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박애 정신'에 있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이 후 성모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다음 1980년대 초엔 성프란치스코 의원에 근무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한때 신학 공부를 고려하기도 하였던 선우경식 원장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박애 정신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런 그에게 모범이 된 자가 샤를르 드 푸코 신부였다. 그는 작고하기 직전까지 20년간 '예수의 작은 형제회'의 재속회원으로 활동하였다.
선우경식 원장의 리더십이 갖는 특징의 도드라진 점은 약자와 소외된 자들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이다. 그 스스로 1945년 평양에서 태어나 1.4 후퇴 시기에 부모님과 함께 월남한 실향민이었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2003년 5월 '착한이웃' 창간호의 기고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진료비를 한 푼도 낼 수 없는 이들이 다른 어떤 환자들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임을 발견한 것도 이 진료실이며, 그런 이유 때문에 지난 세월 진료실을 떠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 환자들은 내게는 선물이나 다름이 없다. 의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무능력한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가?"
약자에 대한 '돌봄'과 '보살핌'이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은 어린 선우 원장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개인적 출세나 부유한 삶을 마다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더욱 값지고 의미 있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였다. 오히려 그는 의사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환자야말로 의사인 본인에게 선물과 다름없다고 감사해하였다.
예수님의 생전에 많은 제자들이 있었고 추종하는 무리들은 그의 배움에 귀를 기울이며 몰려다녔다. 그렇지만 역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을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가난한 사람을 도운 착한 사마리아 여인의 선행을 신분상의 이유로 비난하기에 바빴다. 21세기에 대한민국에 기독교 정신을 표방하는 병원이 많지만 아직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치료받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우리가 선우경식 원장의 '돌봄'과 '보살핌'의 리더십에 주목하게 되는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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