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전상서”
어머니!
삶의 석양을 맞는 아들이 어머니주일을 눈앞에 두고 이 땅을 건너 본향에 가신 어머님께 글이라도 보내지않으면 “미어져오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기에 책상머리에 앉았습니다.
엄마!
어머님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11남매의 막내인 내 입술에 붙여진 그대로입니다. 피난 때였습니다. 다 큰 아들이 온양온천 국민학교에 졸업장 때문에 입학했을 때였습니다. 교무실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데리고 오셨군요” 라는 말을 했을 때 엄마는 얼른 내 얼굴을 바라보시면서 어색한 웃음으로 그 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때 다 큰 아들이었건만 “아닙니다. 제 어머님이십니다” 라고 교무선생님의 말을 고쳐드리지 못하고 우리 모자는 교무실을 나왔습니다. 함께 나란히 교문을 벗어나지도 않고 나 홀로 큰 무안을 당한 것이 곧 어머니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뒤늦게 집에 도착하신 어머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부엌에서 점심을 차려 내게 주시면서 “내일부터 학교가야 하니 점심 먹고 문방구에 같이 가자. 살 것이 많지?” 물으시는 주름진 어머님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 혼자 가서 살께!” 퉁명스런 대답을 했을 때에 스쳐 지나가던 어머님의 슬픈 그림자가 못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엄마!
용서하세요. 젊은 엄마들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이 한없이 부러웠기에 주름 잡힌 엄마가 내 옆에 있음이 부끄러웠었습니다.
피난 오며 갯벌에서 두발이 얼었을 때 가슴을 열고 언 발을 양 젖 무덤에 품고 언 발의 얼음을 뽑아주셨던 엄마였기에 50년이 훨씬 넘은 이 시간 용서를 바랍니다.
엄마!
늘 입버릇처럼 나에게 심어주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배반을 당한다 해도 배반하는 자는 되지 마라”
“배신을 당해 한 밤을 지새우더라도 배신자는 되지 마라”
배반이나 그 누가 널 배신하고 떠난다면
반드시 하나님께서 너를 더 위로해주고, 하나님께서 너를 더 품어주시기에 네 멍든 가슴은 평강으로 채워진단다.
엄마!
얼마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목사님은 사람을 잘 못 보셔……”
엄마!
지나온 나의 날을 다시 한 번 계수하며 내가 선택하고 내 품에 안고 한배를 타고 동역자로 세상을 항해 노 저어가며 구원 선으로, 전함으로 같이 key를 잡고 있던 동역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머리에 올려봅니다.
어느 면으로 보면 “아! 나는 정말 사람을 잘 못 본 것 아닌가?”라는 한숨이 입가에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나 진정 “나는 사람을 잘 못 본 것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외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 땅에 보냄을 받은 것은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기에
하나님이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하나님의 사람들이 내 품에 반드시 거쳐가야 되기 때문에 하나님이 보내셨다 라고 믿는 믿음이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
욥기 서를 읽으며 엄마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었습니다.
욥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욥에게서 모든 것이 떠나갔습니다.
만약에 욥의 곁에 어머님이 계셨다면 욥의 어머니도 욥의 곁을 떠났을까요?
만신창이가 된 욥을 가슴에 끌어안고 눈물로 상처를 감싸 안아주었을 것입니다.
엄마!
이제는 엄마의 틀니도 해드릴 수 있고
이제는 어머니께서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셨던 선교헌금도 듬뿍 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
“엄마는 기다려주지 아니하신다” 라는 말이 진리가 되었습니다
미천한 동물계에서 ‘두꺼비’가 있습니다.
두꺼비는 반드시 어미가 죽어서 썩어져야 새끼가 세상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꺼비가 새끼를 낳으려면 독사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독사에게 애를 먹여 독사의 날카로운 이에 물리게 되고 어미 두꺼비는 죽고 그 죽은 몸이 썩어서 속에 있는 새끼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엄마!
엄마의 썩어지는 육체 속에 오늘의 내가 있게 됨을 생각할 때 목이 잠겨옵니다.
엄마! 보고 싶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엄마! 이 시간도 자식을 위한 중보의 기도를 쉬지 않으시기에 오늘의 제가 있음을 기억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것도 의무이지만 그 어머니께 나의 효성을 드리는 것이 권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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