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현장

12.3. 계엄 사태에 양비론과 물타기의 자리는 없다. 계엄령 사태가 2달이 넘게 이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주모자들의 범죄...

ree610 2025. 2. 4. 13:46

12.3. 계엄 사태에 양비론과 물타기의 자리는 없다.

계엄령 사태가 2달이 넘게 이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주모자들이 자신의 범죄와 악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여론이 혼란스럽다. 다른 건 몰라도 계엄령 자체는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고 몸을 낮추던 국민의힘도 어느 순간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대통령 동정론을 떠보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탄압당하고 있고, 가장 큰 잘못은 야당에게 있다”라며 노골적으로 대항한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체포 이후 그의 지지율이 고공 상승하고, 바닥을 기던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동반 상승하며 민주당과 접전을 벌이자, 진실이 정말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기독교계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악행을 두둔하는 사람은 물론, 양비론도 제법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복잡할수록 우리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어느 날 가장이라는 사람이 집은 물론 동네까지 다 태워 먹을만한 방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생각만큼 큰불로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집식구는 물론 평소 무심하던 온 동네 주민들까지 다 나서서 초기에 화재를 막은 덕분이지, 처음부터 위험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가스 밸브를 열고 기름을 뿌리는 방화 순간 더는 가정불화나 집안싸움이 아니라 이미 범죄란 말이다. 심지어 가장이라는 사람이 소방관의 진화와 경찰의 체포를 거부하며 칼부림으로 오랜 시간 난동을 벌였다. 결국 체포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떠든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아내를 비롯해 식구들이 가장인 내 말을 하도 안 들어서 버릇 좀 고쳐 놓으려고 겁을 좀 준 것뿐이다. 내가 가장인데, 그 정도도 못하냐? 내가 아니라 아내를 체포해서 조사하면 내 말이 사실인 것이 다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방화 처음에는 너무 명백하고 단순한 사건이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가장이란 자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계속 떠들어 대자 혹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평소 가장이란 자와 함께 술 마시며 소란 피우던 자들이 온갖 거짓 풍문과 헛소문을 지어내어 함께 유포하기 때문이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온 동네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과연, 집안싸움은 원래 가족 모두의 잘못이니 똑같이 나쁘고, 가장도 이쯤에서 훈방해야 하는 것일까?>

천만에, 계엄령의 주범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발표한 담화문을 보라. 양비론이 들어설 자리가 있는가. 헌법 제77조는 혹시라도 남용되지 않도록 ‘①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고 비상계엄의 요건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계엄 담화문을 통해서 먼저 현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와 현 국회 출범 이후 10명째 탄핵 추진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서 행정부가 마비되었다며, 계엄의 필요성을 끌어댔다. 웃기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취임 이후 모두 25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그런데 역대 최다인 이승만 대통령이 재임 12년 동안 45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비해서, 윤 대통령은 고작 2년 반의 임기 동안 무려 21회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임기 대비 빈도수로 따진다면 압도적인 1위이다.

횟수뿐 아니라, 그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이 어떤 것인가. 편파성에 시달리는 공영방송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송 4법 개정안’, 힘겨운 간호사의 처우개선과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한 ‘간호법 제정안’, 농업과 농민의 처우개선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이태원 특별법’과 ‘채상병 특별법’ 등에 거부권을 던졌다. 게다가 가장 많은 세 차례의 거부권은 순전히 자기 아내 김건희 여사 방어를 위해서 행사했다. 무능과 사심 가득한 거부권 남발은 한마디 언급 없이 입법 독재의 이유만을 들이대며 국회 폐쇄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국회의 예산 삭감으로 국정이 마비되어 계엄령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사이의 예산 줄다리기는 계엄령의 발동 사유는커녕 그러한 국가기관들의 존립 이유이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때, 당시 야당이던 보수정당도 빠짐없이 예산 삭감을 들이댔다. 그러나 해마다 겪는 예산 줄다리기로 정부 기능이 멈춰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는 말을 우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이러한 말도 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운을 떼더니,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기능과 행정이 다 마비되고, 공권력이 무너지고, 거리에는 일상적 폭동과 내전, 그리고 북한의 침공이 임박해 있는 듯한 거친 표현을 폭탄처럼 쏟아냈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과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그런데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려고 패악질을 일삼는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이 정말 누구인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표현들에 잘 어울리는 현상을 대통령의 체포 과정과 그 이후 법원 폭동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오늘 한국 정치사회의 파행에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윤석열의 계엄폭동에 관한 한, 양비론과 물타기의 자리는 전혀 없다. 이 사태가 양비론과 물타기에 속아 넘어가는 순간,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군사 반란을 준비하고서도 정승화 총장 조사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충돌로 소위 ‘성공한 쿠데타’를 변명했던 신군부의 계략과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12.3 계엄폭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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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형 목사(십자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