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이 시인이 된 까닭은?>
1.
내가 가끔 농담삼아 이야기하지만, 안도현 시인을 시인으로 만든 사람이 나다. 고2때 나는 쉬는 시간에 고1신입생 각 반을 돌며, 문예부원을 모집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난 다정도 병인가 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이 시조는 이웃한 효성여고 여학생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마음이라 해석해주고, 이 시조는 500년도 더 지난 시절에 만들어졌다, 문학은 세월을 뛰어넘어 살아있다, 라고 말했다. 당시 이 시조가 고2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2.
어느 반인가. 이렇게 말하고 나오는데, 한 녀석이 따라 나오며 "형, 나는 중학교 때 그림을 그렸는데, 문예반에 들어가도 돼요?" 하고 물었다. 나는 "음,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했다.
안도현은 그 뒤 정말 열심히 시를 공부했다. 1년쯤 지난 뒤에는 전국의 백일장을 휩쓸고 다니는 소년 문사가 되어 있었다.
훗날 등단도 나보다 빨라 그는 84년 동아일보 신춘으로 나왔다. 그 뒤로도 <연어>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 시인으로 거듭났다.
이게 다 내가 열심히 하라고 해서 그런 거다.
만약 그때 그가 문예반에 들어오지 않고, 미술반이나 악대반이나 방송반에 들어갔다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거다.
3.
어느 신문에 실린 시평을 보니, 안시인이 시평도 잘 쓰네. 이 정도로 시평을 맛깔나게 쓰기는 어렵다.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안목이 만들어낸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것을 두고 작고하신 김윤식교수의 어법으로 말한다면, "한국 문학사의 장관"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안도현 시인의 시평은 링크되어 있다.)
[안도현의 그단새]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 https://naver.me/FSwldk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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