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사람에게 갔다가도]
-박몽구-
보고 싶은 사람에게 갔다가도
돌아오고 만다
으슥한 데 숨어서 지켜보는 눈들을 피해
어두컴컴한 다리 밑을 지나 뻘밭을 건너
첩첩한 고개를 넘어
도라지꽃 붉어진 마음으로 갔다가도
그의 모습을 눈앞에 뻔히 둔 채
차마 부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부르기만 하면
팔이 가는 내 사람은
날개를 단 듯 달려올 텐데
떨어지지 않는 눈길을 돌려
돌아오고 만다
내가 몰고 가는 새벽을 내내 기다리는
내 사람에게 갔다가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의 불같은 희망마저 부서질까봐
돌아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