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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윤석열, 그리고 노무현> 정상명(전 검찰총장)과 조대현(전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ree610 2025. 1. 19. 13:38

<정상명, 윤석열, 그리고 노무현>

정상명(전 검찰총장)과 조대현(전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변호인이었다는 조대현은 모르겠고, 정상명에 대해선 떠오르는 단상이 있어 적어본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들은 주로 정상명을 1)윤석열의 멘토, 2)윤석열 김건희의 주례 선생님으로 다루는 것 같다. 윤석열이 가까운 법조인 한 명을 영입했다는 투다.
그런데 윤석열이 정상명을 끌어들인 이유가 그것뿐일까?
난 다목적 포석이 있다고 본다.

1. '노무현의 사람' 정상명

검사 정상명은 노무현 정부 때 우뚝섰다.
노무현의 사법연수원 동기(7회)라는 게 크게 작용했다. 그전까지는 검찰내에서 큰 존재감이 없던 사람이었다.

검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던 노 대통령은 정상명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하며 많이 의지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역시 검찰에 까막눈이었던 강금실 변호사.
노무현 정부의 전략은 '강금실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을 문민통제하고,
정상명을 통해 검찰을 관리한다'는 것으로, 아주 순진하고 나이브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전략은 실패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정상명은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 검찰권을 키우는데 앞장섰다.
특수부 경험이 거의 없는 기획통 검사 정상명이 특수부 검사들과 어떻게 붙어 먹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 내내 특수부는 정상명에 빌붙어 승승장구한다. 지금과 같은 '특수부 중심' 검찰의 기틀이 그때 완성됐다.
우리가 아는 유명 특수검사들, 안대희 최재경 홍만표 우병우 윤석열 윤대진 같은 사람들이 다 그때 큰 사람들이다(이들 중 일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한다).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며 출범한 노무현 정권이 검찰공화국 등장에 판을 깔아주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졌는데, 그 중심에 정상명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 윤석열이 있었다면,
노무현 정부엔 정상명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 '특수부 큰 어른' 정상명

검찰을 떠난지 오래 됐지만, 정상명의 영향력은 현재 검찰에도 깊게 뻗쳐 있다.
특수부 검사들에게 그는 지금도 큰어른 대접을 받는다.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전직 검사가 김홍일 전 중수부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경력이 좋고 윤석열과 가깝다해도, 예산고와 충남대를 나온 김홍일이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특수부 중심 검찰의 기틀을 만든 정상명에 비할 바는 못된다.

그래서, 내 눈에는 윤석열이 정상명을 영입한 첫번째 목적은 '검찰 수사 흔들기'로 판단된다.
나아가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대거 투입될 수밖에 없는 '특검 흔들기'로 보인다.

3. 민주당과 정상명

노무현 정부 당시, 정상명의 영향력은 검찰에만 미친 게 아니었다.
정부와 청와대 전반에 세를 키웠다. 검찰에 문외한인 노무현보다 더 검찰을 모르는 노무현의 젊은 참모들 상당수가 임기 내내 정상명에게 크게 의지했다(고 알고 있다.) 정상명 도움으로 검찰 수사를 피하는 등 이런저런 혜택을 본 정치인이 내가 아는 것만도 한둘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검찰을 잘 몰랐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정상명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걸로 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이 됐거나 향후 민주당이 재집권한다면 그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다.

정상명이 노무현 세력, 현 민주당에 여전히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2019년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될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청와대와 검찰이 사실상 짜고 친 '윤석열 검찰총장 만들기 프로젝트'에 판을 깔아주는 역할, 검찰총장 추천위원장을 정상명에게 맡겼다. 검찰총장 후보가 4명이나 됐지만, 정상명이 추천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결과는 뻔했다.
'문재인 청와대'와 '정상명-윤석열 검찰 세력'의 야합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인연으로 지금도 정상명과 가깝게 지내는 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정상명을 상관, 큰어른, 은인 모시듯 하는 야당 정치인, 국회의원이 많다. 나도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이 정상명을 끌어들인 두번째 목적은 '민주당 로비'로 보인다.
나이 70 넘은 법조인에 뭐 대단한 변호활동을 기대하며 영입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 탄핵, 수사, 특검, 국정조사 등 내란 관련 여러 사건은 물론 예상되는 조기 대선과 이후 정국에서 민주당 등 야당의 역할이 큰 것이 기정 사실인만큼 이런저런 정무적 역할을 맡아줄 사람도 필요하다 판단해 윤석열이 정상명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 보인다.

하다 못해 다음 정권에서 사면이라도 받아보려면(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정권과 대화가 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윤석열의 변호인으로 나선 '노무현의 남자' 정상명의 움직임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 중 누가 정상명에 휘둘리는지 매의 눈으로 잘 봐야 한다. 분명히 준동하는 누군가가 나올 것이다.
예상되는 사람이 몇몇 있는데, 지켜볼 것이다. - 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