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 김지녀
나의 공기는 무수하고 아름다워
나의 공기는 파랗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금속 같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지만
내가 살아 있기 전부터 떠돌아다니고 있는
태어났으나 죽어 있고
상상력이 없지만 결코 죽지 않는
신비롭고 끈끈한
공기
공기의 피
전령처럼 나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달려오는
뒷굽이 다 닳고 있는
시간 시간 시간
그래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공기
어떤 색으로도 물들 수 있는
하얀 셔츠에 달라붙여 새까매진 나의 공기는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눈송이
가볍지만 가벼워서 믿을 수 없는
오후 4시
혼자 늦은 점심을 먹고
소리가 없는 종 옆에서 걷는
시간 모두가 장님이 되어 가는 순간
일제히 손벽을 칠 때마다
번쩍 번쩍 할 것 같은
공기, 공기의 빛
나의 무수하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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