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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태에 대한 법륜 스님 입장 (현 상황에 대한 이해와 헌재의 바른 판결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현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행

ree610 2024. 12. 21. 19:48

*내란 사태에 대한 법륜 스님 입장
(현 상황에 대한 이해와 헌재의 바른 판결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현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계엄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어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 이번 쿠데타로 인해 국격도 추락하고, 안보도 경제도 다 위기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일어나 계엄이 선포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계엄선포로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이번 비상계엄은 말이 계엄이지 사실은 친위 쿠데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으킨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난 것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반헌법적 쿠데타가 45년 만에 다시 일어났다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인데, 그것을 야당과 국민이 앞장서서 6시간 만에 막아냈다는 것도 지금까지 세계 역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대단한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군부독재를 민주항쟁으로 몰아내고 자유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해 온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경제 성장도 함께 이뤄냈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건 대한민국 어딘가에 취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6시간 만에 국가를 정상화했다는 것은 그래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 안에는 매우 불안정한 요소도 있고, 매우 안정적인 요소도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는 의미죠.

어떻게 이토록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에서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라며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 군인이 국회에 난입하는 상황이 가능했을까요?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나라가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서로 적대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의 취약점, 즉 ‘코리아 리스크’가 있는 것입니다.
이번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은 북한을 핑계로 반국가 사범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고 시도한 겁니다. 쿠데타를 해서 내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유혹이 생기는 이유가 남북 분단이라는 조건이 있어서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을 소위 북풍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비단 남한만 그런 것이 아니고 북한도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쪽을 이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어 만약 전쟁이 나면 한국 경제는 완전히 붕괴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 경제는 하루 만에 폭삭 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어요. (...) 그래서 하루빨리 남북 간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안전성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코리아 리스크’의 근본 원인은 바로 분단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이런 위기 속에서도 다행히 지난 반세기 이상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들이 노력해 온 덕분에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통상 군대나 경찰 같은 치안 조직은 명령이 떨어지면 ‘이것을 따라야 하나? 항명해야 하나?’ 이렇게 심사숙고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상관의 명령에 따릅니다. 1980년 5월 광주 항쟁이 일어날 때도 그랬고, 그전에 12·12 사태 때도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민주주의가 공고하게 그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라고 하는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지시에 군인이나 경찰이라 하더라도 잘 따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된 것이죠. 명령을 하니까 따르기는 하는데 마음속에서는 자꾸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군인들에게 ‘국회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 하고 명령을 해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면서 몇 번이나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지요. 그만큼 민주주의가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이미 깊게 뿌리내려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아직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요.

그래서 분단 상태를 이용해서 권력이나 힘을 가진 자가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지만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서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패한 것을 보았으니, 앞으로는 이런 위험이 조금 더 낮아지겠죠. 물론 아직도 그런 위험은 잠재해 있습니다. 그러나 쿠데타가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촛불집회 문화가 홍콩과 대만에 수출이 된 것처럼 앞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집회와 시위 문화도 외국에 많이 수출될 거예요. 집회와 시위란 것을 폭력이 난무하는 무서운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놀이인 축제처럼 변화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효과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어서 이번 사태가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크게 보면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고 외교적 손실도 큽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후 당장 미국의 관세 공격을 막으려면 정상회담을 통해서 어떻게든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최고지도자의 부재 탓에 이러한 정상 간의 관계가 전부 보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외교 분야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국가적인 투자에서의 경제적인 손실, 국위 손상, 국가 신뢰도 하락과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나서 계엄이 선포된 게 아니고 계엄이 선포됨으로써 국가의 비상사태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 비상사태가 생겼기 때문에 여야는 손을 맞잡고 머리를 맞대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연구해야 하는데, 이것을 가지고 잘했니, 못했니, 혹은 이다음에 누가 어떤 이익을 얻을 것인지를 두고 싸우는 것은 국가를 정말로 위기 상황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이번의 사태는 계엄의 요건에 해당이 안 되므로 계엄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대통령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죠. 이렇게 서로 견해가 다르니 앞으로 헌법재판소에 가서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설령 계엄의 요건이 된다고 해도 이번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요. 계엄령 선포가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는 국회의원, 즉 국회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계엄은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한 것이지, 국민 주권을 탈취하는 것까지는 허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계엄선포 과정에서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려고 할 때 못 들어가게 입구를 막았습니다. 또 군인이 헬리콥터를 타고 국회 의사당에 와서 창문을 깨고 들어갔고, 실행된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고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이것은 법에 없는 불법적 행위이고 헌법을 위배한 것입니다. 헌법을 위배했으니까 반국가 행위를 한 것이죠. 그래서 이것을 내란 행위라고 말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계엄선포가 사회를 그렇게 혼란스럽게도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강변하지만, 이것은 헌법을 지켜야 할 사람이 헌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누구든 예외 없이 법에 따라 기소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 부분은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여당으로서는 대통령이 자기편이니까 응원을 할 수도 있는데, 국회를 통제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려고 했던 행동에 대해서까지 자기 당에 불리하다고 탄핵소추안에 반대를 한다면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헌법을 부정하면 반국가 행위임에도 그것을 내 편이라고 옹호한다면 지금 여당이 이 사태를 잘못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고,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크게 걸려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는 반국가 사범을 옹호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입니다. 여당 안에도 이 문제는 잘못되었다고 해서 소수 사람이지만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거든요. 그것에 대해 배신자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배신은 국민을 배신하고 헌법을 위배해야 배신자이지,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것을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이런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 대통령 권한이 중지됐으니까, 헌법재판소에서 늦어도 6개월 안에 탄핵에 대해 판결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최소한의 현상 유지만 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외교적, 경제적 손실은 우리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길어지면 최장 6개월이고, 짧으면 한두 달 안에도 결정이 날 수 있어요. 그런데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만큼 국익 손실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부결될 위험도 있고요. 헌법재판관이 9명인데, 그중에 6명이 찬성을 해야 탄핵이 인용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헌법재판관이 6명밖에 없어서 한 명만 반대하면 부결될 수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회 몫으로 있는 3명의 헌법재판관을 추가로 임명해서 인원을 빨리 보충해야 합니다.

만약에 탄핵이 부결되는 쪽으로 재판 결과가 나오면 국민 여론하고는 맞지 않기 때문에 아마 지금보다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생기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비상사태가 더 큰 비상사태가 되는 거예요. 가능하면 새로운 선거에 의해서 안정적으로 차기 정권이 창출되는 과정을 밟는 것이 기간도 줄이고 혼란도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래야 ‘불행 중 다행’이 될 것이고, 만약 그렇게 안 된다면 국민 전체가 그만큼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잘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은 굉장한 국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