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 장현숙
등나무 가지가 서로를 가로질러 뻗어 있다
하늘을 향해 발을 내딛고 싶었을 것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길을 막은 채
얽혀야 하는 것이 숙명인 양
빽빽하게 틈도 없이 동굴을 이루고 있다
저 가지들 서로를 등지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건너왔을까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얽힘의 연속들
실타래가 엉키듯 영원히 풀릴 것 같지는 않다
복잡하게 지나간 시간들을
일기장을 보듯 툭툭 넘겨보는 것인데
가만히 보니
가지가 맞닿은 곳이 움푹 파여 있다
수없이 부딪혀 덧난 상처가
이제는 아물어 굴곡의 무늬가 되어 있다
멍들고 찢어지고
반복되었을 갈등의 자리에 피어난 환한 자국
그 자국 위로 서로의 가지를 받쳐주고 있다
끝에는 보라색 꽃이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