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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오동꽃 피다]
- 정일근 -
불현듯 너 떠났다 슬픔에 내 살 녹아
내 살 속의 뼈가 뼛속의 피가 녹아
나는 붉은 피로 남았다
내 슬픔 그 피에 녹고 또 녹아
눈물도 붉디붉은 피눈물만 남았다
지난 여름부터 붉은 슬픔
붉은 피눈물 받아준 오동나무
그 독까지 다 받아준 오동나무
오늘 보랏빛 꼬 피웠다
더러는 누런 추억이 등 뒤로 찾아와서
귓볼 간질이는 낡은 휘파람 불었다
운명이 내 등짝 짝 소리 나게 치고 갈 때
돌아보지 않으려고 이 악물고 울었다
시를 쓰지 못하고 버려진 백지 위에
뚝, 뚝 떨어진 피눈물 스스로 길을 내고
그 길 따라 강물처럼 흘러갔다, 끝내
바다에 닿지 못하고 지쳐서 돌아온 새벽
돌아보니 오동꽃 피었다
사람의 슬픔은 풍화하는 것이다
더 아픈 주검도 풍화하는 것이다
바람이 나를 깨끗이 씻어
보라빛 오동꽃으로 활짝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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