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그 언덕에 피어나는 오월의 라일락과 유월의 들꽃들의 엘레지>
- 시인 최자웅 (성공회 신부)
1.
그대들
이태원 언덕에서
삼도천 차마 건너지 못하고
이 땅의 중음신으로 떠도는
슬픈 넋들이여
아니, 다시 오지 못할 길
먼길 아프게 떠나간
그대들만이 아닌
남은 우리들이
살아 지옥 같은 이승의 거리에서
중음신 유령들로 배회하며
울음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그대들도 같이 하던
그 가을은 무너지고
꽃피는 새봄과 초록 생명의 계절이 이리 와도
그대들 때문에
우리의 가슴과 어깨에는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 구나
누가 저 모퉁이에서 울고 있는가,
거기 누가 웅크린 가슴으로 울고 있는가
더불어 회색빛 차가운 비를 함께 맞아 주는
이들은 누구신가.
우리들이 그 가을과 겨울을
혼도 정신도 없이 산 유령처럼 보내고
생명과 꽃들 화안히 피어나는 봄과 초록 여름을 맞이하면서도
우리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가슴으로
겨울비의 아픈 노래를
불러야만하네.
어느 100세 넘은 철학 교수님은
한 때 영원과 허무의 대화라는
수필집으로 베스트셀러로 재미를 보셨지
왕년엔 그럴듯하고 나름 존경도 받고 인기도 있었던 그 분
지금도 건강도 잘 관리하시고 우리의 숱한 난세도 지혜롭고 길게 잘도 살아
아직도 왕성하신 강연과 저서출간으로
수입 좋고 잘 나가는 최고령 최고급 시니어로 촉망 중이신데
세상의 깊은 아픔과 슬픔, 모순과 비극에는
잘도 피해가는 행복한 철학과 간접적 아부, 곡세와
세상의 근본개혁 아닌 세계의 무난한 해석으로는
이미 수세기 전의 포이에르바흐 명제와 햄머 질타에
쥐구멍으로 숨어야할 초라한 학자적 존재와 중량이리.
어이없이
그 어느 청춘의 날, 축제에서
원하지 않은 영원과 허무의 저편으로 강제로 사라지고
숨 막히는 아비규환 비명 속에 죽어간
우리 아들딸들의 부조리하고 덧없는 종말과 비극을 해명하라.
그 억울함과 부조리와 무책임으로 죽어간 이들과 남은 이들은 어찌하리.
참 부활과 환생, 구원의 빛으로 위로해주며 아픈 가슴 달래주며
눈물 씻겨주는 그 어떤 철학과 종교는 지상에 없는가.
삶의 본질은 타오르는 불꽃이며 축제이며 저항이어라.
모오든 세상의 변방과 구석의
한 개인의 초라한 자살도 사회적 행위와 타살로 본
뒤르케임의 사회학은 정확하고 또한 위대하다.
항차, 이태원 언덕에서 억울하고
슬프게 죽어간 우리의 아들과 딸들은
거대한 우리 사회적 타살이며 범죄이지 않을 수 없다.
인내천 ㅡ사람이 하늘이라는 지엄한 진리가 이 땅의 헌법보다
헌법적 가치와 법률적 체계보다도
비교할 나위 없이 고귀한 절대명제와 진리일진데
이것을 가볍게 밟아대고 학대하는
모든 권력과 감투와 체제와 제도는
마땅히 무찔러 쓰러뜨려야할 우리의 본질적인 적이니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아파한
시인의 마음결과 경지에는 차마
못 미치어도 어찌 당신네들의 애완견 끔찍한 사랑에도 못 미치는
우리 딸내미 아들들의 죽음과 우리네 아비 어미 친구들의
가없는 슬픔의 무게와 값어치에
거지들에 주는 서푼 동냥에도 못 미치는
인간들의 차가운 죄와 반 연대이냐.
축제의 여정. .
축제의 마당. .
그 해, 4월 304명이 스러진
세월호 비극에 이어서
그 10윌의 날,
이태원에서 피어난
이 땅의 차마 울음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159 생명
이 슬픔의 떼죽음들 부시게 환생시키라.
대한민국이여, 청춘들의 낙화암을
영원히 기억하고
보상하라.
2.
새로운 용산궁의 주인인 검찰왕국 총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이냐
어느 날, 마른하늘의 벼락처럼
사랑하던 우리의 딸들, 아들들이
세계선진국 10위권에 든다는
대한민국 수도 화려한 서울
축제마당 판에서 최소한도 치안도
군중통제도 없던 카오스 속에
압착당한 표본동물과 곤충처럼
비명에 죽어가야만 했다.
이 가혹한 죽음의 한계 ㅡ극한의 상황을
조장하고 수수방관한 이 죄의 본질과 죄인은 무엇이며 과연 누구인가
용산궁 주인 부부는 자식이 없어 강아지들을 아낀다지
그러나, 세상 그 무엇과도 차마 비교할 수도 없는
우리들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우리 새끼들 영원한 강아지들
잔혹한 검찰총수 아닌 이 나라 서민대중의 상머슴이며 지위,
책임 최고로 높은 사람이
우리 애비 어미의 가슴으로 슬픈 짐승처럼 죽어간
우리 아들딸의 목숨을 통곡하고
여기 남은 우리들을 지극한 슬픔으로 껴안은 적이 과연 있었느냐,
책임과 연민의 온전한 가슴으로 우리의 새끼들과
남은 이들을 제대로 대했느냐.
상전인 백악관 미대통령 앞에서는
제법 멋진 훈남 카수처럼 아메리칸 파이를 웃음흘리며 부르던 사람
그가 끼고도는 친구, 낮 가죽 두터운 뻔뻔한 내무장관,
경찰총수 서울시장 나리들에게 준엄히 묻는다.
짐승들에게도
깊은 애처러움이 있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데
항차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눈물의 가슴,
타인의 억울한 죽음 앞에
무릎 꿇어 절하고
지극한 슬픔을 본능적으로 껴안는
계산 모르는 사람이어라.
오직 그런 동네 마을과 도시와
사회와 나라이어라.
때로는 피 한 방울 안도는 야차 같은,
잔혹한 머슴이며 나리인 그대들은
우선 타인의 생명과 상처와 죽음에
지극히 무감각한
깊이 병든 짐승들을 사람으로 바꾸면서,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대한민국을, 서울을
동물이하의 왕국 아닌
사람이 하늘인
인내천의 세상을 만들어라.
3.
오월의 라일락과 장미같이
영롱하고 탐스럽게 피어나던
그대 우리 딸들은 어디로 갔는가
유월의 훈풍 불러오는 대지에
들꽃처럼 생명과 청춘의 빛과 힘으로 일렁이던
그대 우리 아들들은 어디로 사라져 갔는가
이 태양이 찬란한 화려한 서울,
오월과 유월의 광장에서 우리 아비 어미들은
겨울비 나리는 속에
황성옛터 배회하는 폐인들로
그대들의 죽음을 통곡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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