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목계장터

ree610 2022. 10. 20. 08:17

 

[목계장터]

- 신경림 -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뒷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모리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사랑  (0) 2022.10.21
인생의 벗이 그리워질 때  (0) 2022.10.20
바다는 가끔  (0) 2022.10.17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0) 2022.10.17
원성희 호주선교사 별세  (0)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