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현장

''그때 내 안에서 악마가 생겼다''

ree610 2021. 8. 30. 08:00

이 사진은 이미 유명해진 사진이다.
카불을 떠난 아프카니스탄인 가족이 벨기에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장면이다. 신나서 뛰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문득 1997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1997년 1월 20일 부산교도소를 탈옥해서 무려 907일간 도피생활을 했던 신창원(1967년생)이다.
신창원은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과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모친, 그리고 친부의 아이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계모 까닭에 어려서부터 가출을 밥먹듯 했다.
그는 결국 중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하고 이후 범죄의 세계에 빠졌다.

예전에는 초등(국민)학교에 '육성회비'란 제도가 있었다.
육성회비란 서울의 경우 1970-1974년까지는 매월 450원씩, 1975-6년에는 매월 600원씩, 그리고 1977년부터는 다시 450원씩 학교에 내야 하는 돈이었다. (기타지역은 조금 더 쌌다.)
당시는 육성회비를 못 내면 담임선생에게 모진 체벌을 당하거나 욕설을 먹는 일이 다반사였다. 육성회비를 못내서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흔했고, 심지어 부모를 학교로 호출해서 야단을 치기도 했다. (나도 육성회비를 제 때 못내서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수업 시간에 교실 뒤에서 무릎꿇고 앉아 있던 기억이 있다.)

집안이 지독하게 가난한 데다 부모의 돌봄을 전혀 받지 못했던 신창원이 육성회비를 제대로 냈을 리 만무하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육성회비를 못 냈다고 담임선생이 어린 신창원에게 호통을 쳤다.

"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훗날 신창원은 그 순간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때 내 안에서 악마가 생겼다."
....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밝고 따뜻하게 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사랑을 흠뻑 받고 무럭무럭 자라길 원한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 안에서 '오직 천사만' 자리하길 원한다.

지난 8월 26일 한국 땅을 밟은 모든 아프카니스탄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들,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랑만 받으며 아름답게 자라길 기도한다.

ㅡ 김 요한 목사(새물결플러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