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하기 좋은 곳, 피서하기 좋은 곳이 종로 피맛골에 있었다. 옛날 권력가들이 종로에 말을 타고 지나가며 민중들은 걷다가 머리를 숙여야했다.
피맛골은 종로에 많은 세도가들이 다니자 보행이 늦어지고 머리 숙이기 싫은 민중들이 말을 피해 안길 좁은 골목으로 피하여 다녀서 생긴 이름이다. 어제 나에게 종로 피맛길은 ‘홍길동북카페’ 였다.
이십 만권 장서가 있었다. 위치는 종각역 4번 출구 방향이고 김두환 등 건달들의 놀이터인 우미관이 있던 자리다. 건달이란 건드리면 달려드는 사람이란 뜻이 민중전승이다.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보다 좋은 점은 대화테이블이 곳곳에 있고 이야기 하며 자연스럽게 펼쳐진 책들을 시간제한 없이 보다가 만원이면 책 4권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커피는 2000원이다.
이 곳 여정원 대표와 기분 좋은 인터뷰를 했다. “궁금합니다. 어떤 지향점으로 이곳을 여셨나요?”
솔직한 답변이 상남자다. “건물주인데 보다시피 다들 임대라고 써놓았잖아요 건물이 임대가 안 된다고 두 손을 놓을 수 없어 직접 하기로 했어요. 이곳에만 몇가게 갖고 있지만 더는 음식점은 하기 실으네요 교보문고, 종로서적,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을 보면서 거기 없는 것을 살리고 싶었고 자본도 좀 있어서 두 달 전 시작했어요.”
종로2가(관철동)상권은 종각에서 탑골공원까지에서 청계천입구 파고다학원 3.1빌딩까지 850m 길을 말한다. 종로2가 사거리 지오다노가 지난 봄 폐점을 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직영점으로 운영하던 기업들이 다 떠나고 있다. 그 옛날 학원 등이 있어 유명했던 이 지역이 힘든 것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제 본 모습은 전쟁치룬 폐허였다. 대부분 가게들이 임대공실이었다. 6개월 단위로 구십여 점포가 문을 닫고 있고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낮추어도 임대가 되지 않는다는 중개사 말이다.
“왜 홍길동이라고 하셨어요?” “가게 이름은 세 글자 이내가 좋은데 홍길동이 익숙해서요” “수익성은 어떤가요?” “기본 경비는 나오는데 건물주니 운영할 수 있겠죠 책값이 싸니까 조금 희망해봅니다” 혼자 오는 분도 있지만 연인들이 들어온다.
“제일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이곳이 우미관 자리라 관심받는 건물인데 이 건물 외벽에 윤석열 전 총장을 비판하는 벽화가 있는데 상업시설에 그래피티아트가 있는 점이...” “우미관 표석은 공공기관에서 고증하니 이 자리가 우미관이라 해서 표석을 세워주고 갔네요 벽화는 작가에게 부탁해서 며칠 전에 완성했죠, 왜 그랬냐면 윤총장이 헌법적 가치를 위해 출마했다고 하는 것이 가소롭더군요. 그래서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표현하려고 벽화를 그렸죠”
“이 벽화 사진과 그린 이유를 제가 글로 적어도 되나요?” “ 당연 그대로 꼭 쓰세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십년 전부터 전 알고 있었어요. 정말 아닌 것은 아닙니다” 상남자였다. 읽고 싶은 책들이 그 옛날 풍미하던 미술서적과 문학서적이 많았다.
“6층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지금처럼 1.2층 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을 나에게 하셔서 난 “네 전체로 하세요. 요즘 콘텐츠가 없는 상가는 무너집니다. 제가 전에 홍대에 갔을 때 책방 이름이 교보에 없는 책만 있는 서점이란 곳을 갔는데 재미 있었어요” 라고 답해드렸다.
ㅡ 지승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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