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십자가 1
ㅡ 서덕석
다만 그것은
가로질러 묶은 나무토막 일 뿐
강도나 폭도를 처형하기 위한
끔찍한 형틀
모두가 고개를 내 저으며
얼굴을 외면하는 저주받은 나무,
피땀과 가래침으로 더러워져
이제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한 사내가 못박혀
숨을 헐떡이며
신음속에서 죽어가도
어느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다.
욕설과 조롱과 비웃음의 고함소리가
고통을 더해 줄 지언 정
위로와 연민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무관심과
허탈함과
비참한 패배의 죽음일 뿐.
광주 십자가 2
그러나 그것은
어두움을 몰아내고
죽은 자를 일으키는 빛줄기
만민을 위한 속죄의 피흘림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그 처절한 상처로 우리가 낫고
홀로 죽어서
수억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은총에 몸을 부르르 떤다.
십자가는 더 많은 십자가를 낳고
예수는
무수히 더 작은 예수를 낳아
오늘도 이땅의 시끄러운 일터나
어두운 감방,
혹은 질식할 듯한 거리에서
되살아난다
온 몸을 내맡겨 스스로 타 올라
마침내 한송이 꽃으로 피어나기 위하여,
마지막 십자가 위에서
웃으며 웃으며
승리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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