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광주 십자가

ree610 2021. 5. 18. 10:01

광주 십자가 1


ㅡ 서덕석


다만 그것은

가로질러 묶은 나무토막 일 뿐

강도나 폭도를 처형하기 위한

끔찍한 형틀

모두가 고개를 내 저으며

얼굴을 외면하는 저주받은 나무,

피땀과 가래침으로 더러워져

이제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한 사내가 못박혀

숨을 헐떡이며

신음속에서 죽어가도

어느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다.

욕설과 조롱과 비웃음의 고함소리가

고통을 더해 줄 지언 정

위로와 연민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무관심과

허탈함과

비참한 패배의 죽음일 뿐.

 

 

광주 십자가 2

 

그러나 그것은

어두움을 몰아내고

죽은 자를 일으키는 빛줄기

만민을 위한 속죄의 피흘림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그 처절한 상처로 우리가 낫고

홀로 죽어서

수억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은총에 몸을 부르르 떤다.

십자가는 더 많은 십자가를 낳고

예수는

무수히 더 작은 예수를 낳아

오늘도 이땅의 시끄러운 일터나

어두운 감방,

혹은 질식할 듯한 거리에서

되살아난다

온 몸을 내맡겨 스스로 타 올라

마침내 한송이 꽃으로 피어나기 위하여,

마지막 십자가 위에서

웃으며 웃으며

승리하기 위하여.

'모리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바닥짐  (0) 2021.05.22
세계 최고의 명약  (0) 2021.05.22
Write them on your heart  (0) 2021.05.01
간디의 튼튼한 체력의 비결  (0) 2021.03.16
인간적 진실의 부드러움  (0) 202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