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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앉아서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ree610 2021. 3. 28. 15:54

독방에 앉아서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고독하다는 뜻은 한마디로 외롭다는 것, 즉 혼자라는 느낌이다. 이것은 하나의 '느낌'이다. 객관적 상황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주관적 감정의 어떤 상태를 가리킨다.

자신이 혼자임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반드시 타인이 없는 상태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자기가 자기 자신에 대하여 갖는 감정이다. 버스를 타고 있을 때나, 극장에 앉아 있을 때처럼 흔히 자기의 좌우에 타인이 동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외로움은 느낄 수 있으며 심지어는 친구와 가족과 함께 있을 때에도 소위 '고독'에 젖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고독이란 고도(孤島)의 '로빈슨 크루소'의 그것만이 아니라 개선하는 '나폴레옹'의 그것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꽤 광범한 내용을 갖는 것이다. 결국 고독이란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그것의 내용이 미묘하고 모호한 셈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란 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고독의 근거를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혼자라는 느낌, 격리감이나 소외감이란 유대감의 상실이며, 유대감과 유대의식이 없다는 것은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독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어차피 인간관계, 사회관계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회란 '모두살이'라 하듯이, 함께 더불어 사는 집단이다. 협동노동이 사회의 기초이다. 생산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함께 만들어낸 생산물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갖는다는 것이 곧 사회의 '이유'이다. 생산과 분배는 사회관계의 실체이며, 구체적으로는 인간관계의 토대이다.

 

그러므로 고독의 문제는 바로 생산과 분배에 있어서의 소외문제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만들어내고 나누는 과정의 무엇이 사람들을 소외시키는가? 무엇이 모두살이를 '각(各)살이'로 조각내는가? 조각조각으로 쪼개져서도 그 조각난 개개인으로 하여금 '흩어져'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수많은 사람, 수많은 철학이 이것을 언급해왔음이 사실이다. 누가 그러한 질문을 나한테 던진다면 나는 아마 '사유'(私有)라는 답변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벽, 인간관계가 대안(對岸)의 구경꾼들간의 관계로 싸늘히 식어버린 계절……. 담장과 울타리. 공장의 사유, 지구의 사유, 불행의 사유, 출세의 사유, 숟갈의 사유…….

개미나 꿀벌의 모두살이에는 없는 것이다. 신발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밤길의 기억을 나는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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