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치료
이야기치료(Narrative Therapy)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배경을 지니고 나타난 상담 이론의 한 분야로서, 특별히 사회구성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와 뉴질랜드 가족 치료사인 데이비드 엡스턴(David Epston)의 공동 노력으로 1990년대 초반에 형성된 가족상담의 한 분야를 말한다. 여기서 이야기란 영어의 ‘내러티브(narrative)’를 뜻하는 것으로, 스토리(story)에 ‘담화/담론(discourse)’을 추가한 이야기를 의미한다. 즉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 스토리를 해설하는 사회적 언어로, 그 속에 사회적인 평가나 문화적 편견이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따라서 내러티브 접근으로서의 이야기치료는 담론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삶을 재구성하는 하나의 사고방식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역사와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사회적 맥락과 치료의 윤리, 그리고 정치적 측면을 강조하는 작업 방식으로서, 심리치료들 가운데 매우 독특한 접근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야기치료는 곧 기존의 심리치료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며 출발한다. 기존의 심리치료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내담자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분류하고, 내담자를 전문가의 지식에 의존하여 치료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여김으로써 내담자는 치료자로부터 적절한 존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심리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때로 자신을 향해 지나친 자기 비하나 비난을 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치료는 치료 상황에서 치료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가로서의 기존의 지식이나 권위, 특권 등을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기득권적인 영향력으로 보지 않는다. 즉 치료 상황에서 내담자의 특수성, 고유성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내담자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야기치료과정에서 이야기치료자가 외부적이며 객관적인 지식에 의존하여 내담자의 상황을 판단하기보다는 내담자의 내부적이며 주관적인 지식에서 보다 큰 가치를 발견해 내는 일에 주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말해 이야기치료가 기존의 심리 치료에서 치료자가 지녀왔던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치료자와 내담자가 보다 평등한 관계로 혹은 협력적인 관계로 치료에 임해야 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또한 이야기치료는 상담과정에서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세계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야기치료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가정을 지니고 출발한다.
인간의 자아란 구체화된 실체가 아니라 이야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개인은 심리적 · 내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사회적 의미라는 맥락에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상담자는 인간의 사회적 맥락과 더불어 개인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구성, 그리고 이야기를 통한 창조를 염두에 두고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존재하는 언어체계를 중시하며 상담에 임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알아가고 구성하게 되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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