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선교정신 정착한 복음의 항구
알렌·아펜젤러·언더우드 선교사 첫 발 내딛은 선교역사 흔적 곳곳에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 ‘우뚝’…내리교회·영화학당서 향취 느끼다
▲ 이곳에서 복음의 물결이 온 나라와 땅끝까지 파도치기를 기원하며 건립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 |
서울과 전남, 영남의 기독교 문화유적을 둘러 본 우리는 이제 한국 기독교 선교의 출발지 인천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인천은 개화문명을 꽃피운 곳이자 알렌, 아펜젤러, 언더우드 선교사가 첫 발을 내딛은 한국 선교의 시작점이다. 그렇기에 인천에는 선교 초기의 문화유산이 곳곳에 숨 쉬고 있고 초기교회의 숭고한 정신이 새겨져 있다.
120여 년 전 이역만리 타국에서 복음을 전하러 온 역사의 숨결을 찾기 위해 인천행 전철 1호선에 몸을 싣는다. 동인천에서 도원, 주안을 거쳐 부평까지 오랜 전철역 주변에 인천의 기독교 문화유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식 지하철과 달리 여전히 덜컹거리는 인천행 전철은 옛 기억을 더듬는 답사의 이동수단으로 안성맞춤이다. 초기 기독교의 옛터를 찾는 설렘과 조바심을 한껏 끌어올리는 동안 어느새 인천 여정의 출발지 동인천역에 다다랐다.
동인천
동인천역 지상출구로 나오면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내리교회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내리교회는 잠시 접어두고 선교사들이 첫 발을 내딛은 현장으로 향한다. 42번 국도변을 내려가 차이나타운 맞은편, 파라다이스호텔 아래쪽으로 가면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을 만난다.
기념탑 터는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곳으로 추측된다. 지금은 매립되어 육지가 됐지만 당시에는 배가 닿을 수 있는 제물포항이었다. 이 곳에 복음을 전하러 입국한 선교사들을 기념하기 위해 1986년 3월 30일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을 세웠다.
50평 면적에 세워진 기념탑의 총 높이는 17m로 3인의 청동상, 3개의 탑신, 6면의 부조 및 원형 석조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3인의 청동상은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와 언더우드 선교사이며 탑신 전면의 양쪽 부조물은 부활의 환희와 복음이 이 땅이 충만케 된 것을 의미한다.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화단에 만발한 무궁화가 고개를 돌리는 이곳은 제법 한적한 장소다. 그래서 방치돼 있을 것이라 우려 했지만 기념탑보존회에서 사무실을 두고 관리하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3년 전 기념탑보존회가 보수·청결작업을 거치면서 방문객이 매년 늘고 있다. “오늘 사망의 빗장을 부스시고 부활하신 주님께 간구하오니 어두움 속에서 억압을 받고 있는 이 한국 백성에게 밝은 빛과 자유를 허락해 주옵소서”라고 기록되어 있는 아펜젤러 선교사의 기도문에 담긴 은혜를 한아름 안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동인천역에서 지나친 내리교회로 되돌아 가자.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에서 언덕 위에 서 있는 내리교회로 오르는 길은 다소 거리가 있지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에 걷기로 한다. 차이나타운, 한중문화원, 인천아트플랫폼, 근대건축전시관 등이 이어져 있는 인천개항누리길에서 개항문화의 향기를 몸소 체험하고 만두와 닭강정으로 유명한 신포시장을 지나면 늠름한 자태로 서 있는 내리교회가 보인다.
내리교회는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한국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다. 예배당 입구에서 내리교회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한 아펜젤러 선교사, 존슨 선교사, 김기범 목사의 흉상이 반기지만 현재의 예배당은 1985년에 봉헌된 100주년 기념예배당으로 역사적 유산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 예배당 2층 복도를 빼곡히 채운 60여장의 1890년부터 내려온 사진과 3층 조그마한 역사관에 자리한 아펜젤러 선교사의 성경책, 1923년에 제작된 내리교회역사책, 역대 담임목사의 사진이 지나온 세월의 향을 살며시 뿜어낸다. 특히 화단에는 기념비와 1901년 이래로 울렸던 교회 종이 보존되어 있어 신앙의 선배들의 발자취를 회상할 수 있다.
현재 내리교회는 후문 바로 옆 부지에 1901년 당시 제물포웨슬리예배당을 복원중이며 역사박물관 성격의 아펜젤러 비전센터도 건립하고 있다. 내년 5월에 완성된다고 하니 새롭게 만날 기독교문화유적에 기대감을 품고 한국 선교의 모교회를 떠날 수 있다.
내리교회 후문에서 20m 오르면 인천 기독교문화유산의 보석 내동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1890년 고요산 주교 등 6명의 선교사가 건축한 내동성당은 한국 최초의 성공회교회다. 원래 인성여고 자리에 터를 잡았으나 한국전쟁 당시 피폭된 후 1954년 현재의 성당 건물을 건립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내동성당은 한국의 전통양식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조화로운 건축물이다. 외벽은 중세 바실리카 양식의 화강암을 쌓은 석조지만 지붕은 한국의 전통적인 처마양식을 더했다. 성당 내부는 12개의 십자가 모양의 기둥이 건물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12사도를 상징한다. 초기 유산을 그대로 보존하는 성공회교회답게 고혹적인 미가 물씬 풍기는 내동성당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시도유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되었다.
①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성공회 내동성당 내부 모습.②국제성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1459년 제작된 구텐베르크 성경 겉 표지.③역대 담임목사의 사진과 선교 초기의 유물을 모아 놓은 내리교회 역사전시관.④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신교육의 효시를 열었던 영화초등학교 본관동.⑤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전경. 건물 입구 문화재 팻말이 귀중한 문화유적이라고 말해주지만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
도원
동인천에서 한국 초기교회의 향취를 느낀 우리는 이제 도원역 인근에 영화초등학교와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으로 향한다.
도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우측방향으로 솟아 있는 창영교회 십자가를 쫓다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초등교육기관 영화초등학교와 마주한다.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오랜 역사의 기운을 지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911년에 지은 영화초등학교 본관동으로 인천시 유형문화재 39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외부공사중인 본관동의 1층은 아이들의 책방으로 운영 중이지만 2층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과 근대식 창틀에 옛 교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존스 부인이 설립한 영화학당은 서울의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이 중등교육기관으로 발전한 것과 달리 초등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잡아 한국 초등교육의 효시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박사 김활란 여사, 유아교육의 선구자 서은숙 박사,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동아일보 이길용 기자, 영화배우 황정순 씨가 이곳을 거친 선배들이다.
영화초등학교를 나와 인천세무소 방향으로 20m 오르면 명작 ‘빨강머리 앤’에서 나올 법한 서양식 벽돌집이 한 채 서있다. 미국 감리교회가 파견한 여자선교사들이 합숙소로 사용했던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이다.
인천광역시유형문화재 18호로 현재 창영교회가 관리하고 있지만 정확한 건축연대를 알 수 없는 것이 흠. 지붕은 함석을 덮은 삼각모양이고 벽체는 붉은 벽돌로 쌓았다. 내부는 목조로 되어 있다고 하나 잠겨진 내부를 둘러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이 더한다. 다만 정원이 피어난 이름 모를 꽃들과 고목이 복지관과 어우러지며 풍겨내는 환상의 조합이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주안·부평
앞서 동인천과 도원에서 인천의 선교 초기 기독교유적을 만났다면 주안과 부평에는 이를 기념하는 기독교역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주안감리교회의 국제성서박물관과 순복음부평교회가 관리하는 한국선교역사기념관이 바로 그것.
1995년 설립된 국제성서박물관은 약 1만 5000권의 각종 성경들과 약 5000점의 유물이 소장하고 있다. 특히 전임 관장 한경수 감독이 40년 동안 수집한 성경 중에는 1459년 제작된 구텐베르크 성경 영인본과 ‘권위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킹 제임스 성경’을 비롯해 외국의 시대별 성경과 국내의 시대별 성경, 프랑스, 폴란드, 인도, 태국 심지어 사모아와 체로키인디언의 성경까지 구비하고 있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한국선교역사기념관은 기독교 유물보다는 스토리 중심의 박물관이다. 1층은 하나님의 인류 구원의 역사가 전개되는 성서역사관, 2층은 기독교 전래부터 해방 전까지의 한국 선교와 순교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한국기독교관Ⅰ, 3층은 한국전쟁이후 한국기독교의 부흥과 성장을 그린 한국기독교관Ⅱ로 구성되어 한국 교회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재현하고 앞으로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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